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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진짜 친한 사이' 구분법

최인수 등 5인의 '2019 대한민국 트렌드'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9-01-17 07:00 송고
최인수 등 5인의 '2019 대한민국 트렌드'

'한국에서 아들 둘을 키우면 부모의 성격이 변한다'고들 한다. 필자 역시 반 부처가 되는 중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일단 자기 방에 들어가면 다음날 학교에 갈 때까지 얼굴을 보기 힘들다. '도대체 좁은 방안에서 뭘 하나' 궁금해 가끔 문을 열어보면 거의 두 가지다.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조작 중이거나. 지인들과 대화를 해보면 다른 집도 대개 비슷한 것 같다. 이건 필자 아들만이 아니라 시대적 '트렌드'라고 봐야 한다. 그러려니 하며 참고 지내려 노력 중이지 그런 아들의 모습이 맘에 내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연말연초가 되면 경세가들이 다투어 미래를 전망한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은 대부분 빗나가기 일쑤다. 그것을 지적하면 '내가 그렇게 경고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둘러댄다. 미래 예측이란 허무한 것이다. 마침 '2019 대한민국 트렌드' 저자들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트렌드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결론 : 結)'라는 주장보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기승전(起承轉, 이유와 근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책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팩트(Fact : 근거)를 읽어야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주로 기술의 변화가 문화와 사람의 변화를 이끈다. 한 사람의 변화는 '개성이거나 무모함'이지만 다수의 변화는 트렌드다. 트렌드는 거스르거나 되돌리기 어렵다.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남녀노소, 소비자, 생산자 모두에게 현명하다.
2018년 한 해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핵심어(Key word)는 아마도 '미투'(me too)와 '젠더'였을 것이다. 이는 2019년에도 여전할 전망(을 필자가 감히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부조리한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세대와 남녀 간 불평등은 항의, 저항을 넘어 갈등, 대결로 치닫는 추세다. 이 문제에 대해 '아픔이 길이 되려면'(2017), '우리 몸이 세계라면'(2018)의 저자인 김승섭 의학박사는 '유럽, 캐나다 등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남성들도 위험한 작업환경, 저임금, 고용불안으로 살기 힘든 나라다. 한국 여성들은 그런 한국 남성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양자의 싸움은 파이를 키울 수 없다. 근본 원인과 구조를 겨냥하는 싸움을 함께 벌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진정 맞는 말이다. 양성평등은 여성 대 남성의 제로섬 게임이나 치킨 게임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사회적 문제란 대개 서로서로 상관관계를 갖는다. '2019 대한민국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단연 '1인 체제'다. 1인체제가 인간관계, 생산, 소비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견인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개취입니다. 취존하시죠(내가 뭘 하든 개인의 취미니 존중해달라)' 같은 언어처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통제한다. 반면 나와 직관된 문제가 아니면 귀찮아 아무 것도 안 한다. 큰 집 대신 나만의 큰 방을 갈구한다. 지금 사는 곳이 '우리 동네'라서 오래 눌러 살 생각도 없다. 조건이 변하면 훌쩍 떠난다. 사람관계관리도 변한다. 자신과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이 오히려 불편해 밀어낸다. 물론 '나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은 예외다. '진짜 친한 사이'는 문자 메시지 대신 '언제든 음성통화를 하는 사이'다. 월평균 음성통화량이 현저히 줄고 있다. 당신은 '음성통화가 반가운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2019 대한민국 트렌드 / 최인수 등 5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펴냄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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