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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신이 수명을 30년 더 늘려준다면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19-01-11 18:47 송고 | 2019-01-11 18:51 최종수정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News1
영화 <신과 함께>에서 저승사자는 수명이 다한 사람을 데리러 옵니다. 그러다 딱한 사정을 듣고 수명을 늘려주기도 하죠. 만일, 저승사자가 명부(名簿)에 있는 여러분 수명에 30년을 플러스 해주었다고 하면 여러분은 무엇을 준비 하시겠습니까?

‘신났다’고 그냥 있으면 안 될 일입니다. 추가된 30년 동안 아파 누워만 있으면 저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30년을 행복하게 살려면 그만큼 건강하고 돈도 있어야 합니다. 몰두해서 할 일도 필요합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면 그에 맞춰 건강·근로·돈의 수명도 같이 늘어나야 합니다.

어릴 때 읽은 이야기입니다. 노스님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 앞에서 시주를 부탁하니 아낙네가 없는 살림에 뛰어 나와 쌀을 갖다 주었습니다. 노스님은 아낙네에게 보답을 하면서 ‘벼락 맞아 죽어라’고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길을 지나다 과수원 원두막에 앉아 있는 노인네에게 참외 하나 달라고 했다 욕만 실컷 들었습니다. 노스님은 그 노인네에게 ‘무릎이 어깨 위로 올라오도록 천년만년 살아라’ 하고는 길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보니 아낙네는 죽고 나서 대갓집의 자제로 태어나 과거에 장원 급제합니다. 원두막의 노인네는 허리가 꼬부라져 무릎이 어깨위로 올라올 지경이 되어도 죽지 않고 있었습니다.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건강이 따라와야 합니다.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이 불편한 기간을 뺀 것을 건강수명이라 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2015년 건강수명이 73.2세로 평균수명 82.3세와는 약 9세 차이가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3년 정도 더 아프니 유념해야 할 일입니다. 건강수명의 패턴을 보면 남자는 굵고 짧게, 여자는 가늘고 길게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래 사는 만큼 아픈 기간도 길다는 뜻입니다. 병을 앓는 기간을 압축해서 수명과 건강수명의 갭을 줄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대다수가 인정하는 건강수명 늘리는 방법은 운동과 비타민 D라고 합니다. 늦어도 50대부터 하루 시간의 10%는 운동에 배분해야 합니다. 24시간이니 2시간 반 운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략 1만 5천보 정도 걷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만보를 걷고 다른 운동을 조금 보태면 하루 10% 시간을 운동하게 됩니다.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비타민 D를 복용해야 합니다.

또 하나. 남자의 경우 아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아내는 결혼하고부터 가정의 주치의입니다. 자식들은 당연하거니와 남편의 체질과 특성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관련 정보도 풍부합니다. 귀찮더라도 아내의 처방을 잘 수용해야 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도 혼자 심심하게 있으면 소용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일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꼭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닙니다. 사람은 창조를 하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창조는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늙었다는 증거라고 하는데, 일은 호기심을 유지시켜 줄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 있어야 창조를 하지만, 창조를 하다 보면 호기심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일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관계가 맺어지게 됩니다. 재료를 구매할 때, 만들기 위해 정보를 수집할 때, 제품을 팔 때 모두 사람들과 접촉하게 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관계가 풍부해야 삶도 풍성해지게 됩니다. 이처럼 은퇴 후에도 오래도록 일을 하는 것은 ‘돈·보람·관계’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격입니다.

오래도록 일을 하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장수시대에 나에 대한 투자는 수지 맞는 장사입니다. 일본의 수제구두 명인 키쿠치 다케오는 55세에 대학교에 입학하여 10년 동안 구두공부를 했습니다. 65세에 공부가 끝났으니 나이 들어 헛일 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9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하고 있으니 이 투자는 잘 한 셈이죠. 장수시대에는 이 사례가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 일반적인 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대학교까지의 교육에만 집중되어 있는 우리의 교육체계는 맞지 않습니다. 고령사회에 맞게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건강수명과 근로수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부각되는 문제는 돈의 수명을 늘리는 일입니다. 맹자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고 했습니다. 산출이 없으면 평온한 마음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농업사회에서의 산출은 현대사회에서는 소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수명이 길어진 만큼 돈이 바닥나지 않도록 돈의 수명을 길게 해서 ‘나보다 돈이 오래 살게 설계’해야 합니다.

돈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연금과 투자입니다. 연금은 종신토록 받는 것이기에 아주 수명이 긴 자산이니 최소한의 금액은 반드시 보유해야 합니다. 장수 리스크를 금융회사에 떠 넘기는 대신에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많이 할 수는 없습니다. 일정 부분 연금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투자자산을 가져야 합니다. 다만 노후에는 위험을 피해야 하기에 중간 정도의 수익을 추구하고, 우량한 자산을 갖고, 분산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소득과 배당을 추구하는 투자자산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위험을 통제하면서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두 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달려가는 2인 3각 경기를 할 때 네 다리가 보조를 맞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명이 빠른 게 오히려 게임을 지게 만듭니다. 앞으로 사회는 평균수명이 점프하듯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수명이 같이 증가하지 않으면 넘어지고 맙니다. 저승사자가 우리 명부의 수명을 플러스 30년 해주었다고 생각하고, ‘건강수명·근로수명· 돈의 수명’을 같이 늘리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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