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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일만에 땅 밟은 굴뚝농성자들 "감사…올곧게 나가겠다"(종합)

노사합의 타결 후 농성 해제…로프 의지해 땅 밟아
내려오자마자 응급침대에 누워 환호·박수 속 눈물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9-01-11 17:01 송고 | 2019-01-11 17:19 최종수정
파인텍 노사의 밤샘 교섭 끝에 극적 협상으로 426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굴뚝을 내려온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파인텍 노사의 밤샘 교섭 끝에 극적 협상으로 426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굴뚝을 내려온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426일에 걸쳐 75m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두 명의 파인텍 노동자가 마침내 땅을 밟았다.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에서 내려와 426일에 걸친 굴뚝농성을 해제했다.

이날 오전 파인텍 노사 간의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농성 해제를 결정한 이들은 오후 3시29분부터 로프에 몸을 의지한 채 굴뚝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노동·종교·시민사회 관계자들은 "힘내자" "우리가 함께할게" 등의 구호를 외치며 힘을 불어넣었고 마침내 4시15분 두 노동자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농성자들은 구급대원들에 의해 곧장 응급침대에 몸을 의지했다. 많은 이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상을 밟은 두 노동자는 지친 기색에도 미소를 지어 보였고, 차광호 파인텍지회 지회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감격의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홍 전 지회장은 "위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20년 지켜왔던 민주노조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리 힘든 지 모르겠다. 더러운 세상"이라면서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청춘을 다 바쳤다. 민주노조 사수하자"라는 구호로 나머지 소감을 대신했다.

박 사무장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저희 투쟁을 위해 밑에서 고생한 차광호·김옥배·조정기 동지에게 고맙고, 위에 올라간 거 말고는 한 게 없는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저희 투쟁을 위해 단식까지 해주시며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저희들은 현장에 돌아가도 함께했던 동지들의 마음을 안고 올곧게 나가겠다"고 전했다.

파인텍 노사의 밤샘 교섭 끝에 극적 협상으로 426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굴뚝을 내려온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19.1.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파인텍 노사의 밤샘 교섭 끝에 극적 협상으로 426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굴뚝을 내려온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19.1.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들은 소감을 밝힌 뒤 곧장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지난해 11월12일 굴뚝에 올랐다. 앞서 2014년 5월 차광호 파인텍지회장(당시 스타케미칼 노조원)이 경북 구미시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서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이후 타결한 합의 내용을 사측이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폭 80㎝에 불과한 협소한 공간에서 두 번의 겨울과 한 번의 여름을 버텨냈다. 지상에서 올려보내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투쟁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25일에는 굴뚝농성 409일째에 돌입하며 앞서 차 지회장이 보유했던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을 다시 쓰기도 했다.

오랜 투쟁 끝에 사측과의 협상의 길이 트이기 시작했다. 굴뚝농성 411일째인 지난해 12월27일 처음으로 노사 교섭이 시작됐고, 총 6차례 진행됐다. 두 노동자는 4차 교섭이 불발된 이후인 지난 6일부터는 굴뚝 위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던 파인텍 노사는 9일, 5차 교섭을 긴급 개최한 데 이어 10~11일 20시간20분에 이르는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을 경영하고, 홍기탁·박준호·차광호·김옥배·조정기 등 5명의 노조원이 파인텍으로 복귀하는 내용 등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연대체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파인텍 교섭 결과 보고와 고공농성 해단식을 열고 협상 타결의 기쁨을 함께했다.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 단식투쟁에 나섰던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노동자와 시민이 연대해 작은 산 하나를 넘었다"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굴뚝에서 노동자들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대 단식했고, 모두가 함께 노력해 가능한 결과였다"며 기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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