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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줄다리기 끝 손잡은 파인텍 노사…"어려운 결단"

굴뚝농성 426일째 밤샘 교섭 끝 극적 합의…양측 부분적 양보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9-01-11 11:13 송고 | 2019-01-11 11:44 최종수정
426일간의 굴뚝농성과 사측의 강경발언 등 극한 대치로 치닫던 파인텍 노사가 밤샘 교섭 끝에 극적으로 11일 오전 협상을 타결했다. 왼쪽부터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강민표 파인텍 대표. .2019.1.11/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무려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두 명의 노동자가 굴뚝에 오른 뒤로는 426일이 걸렸다. 좀처럼 접접을 찾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파인텍 노사가 마침내 손을 맞잡았다.

파인텍 노사는 이날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김세권 현 스타플렉스 대표가 맡는 등의 내용이 담긴 노사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파인텍 노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어진 6차례의 교섭 끝에 합의를 이뤘다. 특히 6차 교섭은 10일 오전 11시에 시작해 이날 오전 7시20분까지 무려 20시간20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었다.

파인텍 노사분규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플렉스가 당시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2013년 1월 경영 악화로 정리해고 등 청산절차에 들어갔고, 이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당시 스타케미칼 노조원)은 2014년 5월 경북 구미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다음해 7월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후 노사는 '파인텍'이라는 법인을 신설해 최후에 남은 11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단협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으나 단협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공장 역시 8개월만에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자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017년 11월12일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지난해 성탄절 409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면서 차 지회장의 '굴뚝농성 최장기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자 사측이 교섭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27일, 두 농성자가 굴뚝에 오른 지 411일만에 노사의 첫 교섭이 이뤄졌고, 이후 4차 교섭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400일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했다.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4번의 교섭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자 굴뚝에 오른 두 농성자들은 '굴뚝 위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오랜 농성으로 몸무게가 50㎏에도 못 미치는 등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사측의 입장도 견고했다. 두 농성자가 단식에 돌입한 지 이틀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들어오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등 강경한 발언으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간극을 정치권과 종교계가 나서 좁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양측을 조율하며 5번째 교섭을 성사시켰고, 정수영 신부 등 종교계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10일 6번째 교섭. 양측은 20시간이 넘는 밤샘 협상 끝에 합의서에 서명했다.

노사 모두 한 발씩 물러서면서 합의가 가능해졌다. 노조 측은 모회사인 스타플렉스로의 고용 승계 요구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이 부분을 양보하고 파인텍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측 역시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의 경영을 맡기로 하는 데 합의하면서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기탁 전 지회장(왼쪽)과 박준호 사무장. /뉴스1 DB © News1 이재명 기자

또 사측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하는 한편, 2019년 1월1일부터 6개월간 노조원 5명에게 유급휴가로 임금을 100%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 측 역시 '최소 3년 계약 보장'이라는 제한을 받아들였다.

박홍근 의원은 "원래 협상이란 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럼에도 접합지점을 찾아나가는 것"이라며 "양측이 어려운 결정을 해준 만큼, 앞으로도 마음을 열고 믿음을 갖고 소중한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차광호 지회장은 "서로가 일정 수준 양보하는 과정이 있었다"면서 "합의안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굴뚝에 있는 동지들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스타플렉스 김세권이라는 법인이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김세권 개인이 경영하는 것으로 명시된 점은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김세권 대표는 "합의는 원만하게 한 것 같다"면서 "국민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굴뚝 농성 426일, 굴뚝 위 단식 6일차를 맞고 있는 두 농성자들은 이날 중으로 지상으로 내려온다. 노조 측은 이들이 내려오는 시기에 맞춰 농성장 앞에서 보고대회를 열 계획이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