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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의뢰인 아내와 불륜 변호사 과태료 400만원…솜방망이 논란

의뢰인 비밀 흘리고 수임종료 뒤 아내측 변론맡아
'봐주기 논란'에 변협 "협회 차원서 낮은 처분 아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18-12-17 11:22 송고 | 2018-12-17 11:43 최종수정
(대한변협)© News1
(대한변협)© News1

이혼소송에서 의뢰인의 아내와 불륜에 빠져 의뢰인에게 불리한 사실을 아내 A씨측에 흘린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확정받았다. 법률 대리인이 의뢰인에 대한 보호와 신뢰라는 기본적 책무를 저버렸는데도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 징계위는 지난 4일 변호사법 △24조 품위유지 의무 △26조 비밀유지 의무 △31조 수임제한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모 변호사(40·사법연수원 38기)에게 과태료 400만원 처분을 확정했다. 과태료 처분은 변호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징계 가운데 견책 다음으로 가벼운 처분이다.

지난 4월 서울변회 조사위원회로부터 해당 건에 대한 징계 신청을 받은 변협 징계위는 지난 10월 과태료 400만원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변협 징계위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 혐의자와 징계개시 신청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신청할 수 있으나 정 변호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2017년 5월 의뢰인으로부터 '폭행사건'과 '이혼 및 양육자 지정 등 가사조정 사건'을 수임한 뒤 의뢰인의 아내 A씨와 이성교제를 했을 뿐만 아니라 의뢰인의 동의 없이 A씨가 자녀들을 만나거나 접촉하는 일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의뢰인(남편)이 이전 이혼 사건 진행 중 직장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라거나 '본 이혼 사건 진행 중 A씨의 자동차를 판 사실이 있다' 는 등 수임과정에서 알게 된 의뢰인의 불리한 사실을 아내 A씨에게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또 A씨가 의뢰인을 손괴 혐의로 고소하는 내용의 고소장과 A씨가 의뢰인의 자녀들을 만나거나 접촉할 수 있게 하는 '면접교섭허가사전처분신청서' 등을 직접 작성해 A씨에게 이메일로 보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6월 이혼사건 수임사무의 종료 한 달 뒤에는 A씨의 손괴 고소사건에 대해 '이전 의뢰인이 아내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형사사건'을 수임해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변호사법 24조와 26조는 '변호사는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변호사법 31조에 따라 변호사는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관해선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현행법상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이 있다. 1949년 변호사법 제정 이래 변호사가 영구제명된 사례는 지난 8월 3차례 정직 징계를 받고도 또다시 비위가 적발된 전관 변호사가 유일하다.

변협 징계위는 △변협 총회에서 선출하는 변호사 3명 △변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가 아닌 법학교수 및 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 1명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 장관이 각각 추천하는 판·검사 1명과 변호사가 아닌 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된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변호사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안인데도 너무 약한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변협 관계자는 "국민들 입장에선 과태료 400만원이 가벼운 처분일 수 있지만 협회 차원에선 낮은 처분은 아니다"며 "협회 자체 징계에서 물론 더 무거운 처벌도 있으나 이는 정말 파렴치범들에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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