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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① 정인선 "두려웠던 소지섭 상대역, 부담감 원동력 삼아 연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8-12-17 10:15 송고
정인선 / 사지제공=씨제스 © News1
정인선 / 사지제공=씨제스 © News1
"저를 애린이로서 자연스레 받아주신 지섭 오빠와 배우 분들, 스태프 분들을 위해 부담감과 압박감, 감사함을 원동력으로 달려왔어요."

배우 정인선은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종영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지나온 시간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MBC 미니시리즈 첫 주연, 배우 소지섭의 상대역이라는 부담감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시작했지만 방송 내내 그 누구보다 많은 호평을 받았던 정인선이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후 쌍둥이 남매 육아부터 집안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던 경력 단절 엄마 고애린은 정인선이 아니었으면 누가 해냈을까 싶을 만큼, 실감나는 연기로 캐릭터를 그려냈다. 여기에 소지섭과의 로맨스는 물론, 주부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연기까지 탁월한 활약을 펼쳤다. 

잠시 공백기를 갖다 올해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시작으로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활약하기까지, 정인선은 준비된 연기 내공으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욕심내지 않고 얇고 길게 연기하려 했다"던 정인선은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받은 칭찬을 원동력으로 삼아 더욱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런 그가 인터뷰 내내 잊지 않았던 말은 "저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주셔서 믿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었다"는 말이었다. 또 한 번의 두렵고 부담이 컸던 시간을 이겨낸 그는 더 단단한 배우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정인선 / 사진제공=씨제스 © News1
정인선 / 사진제공=씨제스 © News1
- '내 뒤에 테리우스'를 마치고 났을 때 기분은.

▶ 처음으로 큰 역할로 참여한 작품인데 너무 좋은 배우들과 함께 했다. 너무 좋은 스태프, 제작진의 따뜻하게 사랑을 느끼면서 촬영에 임했는데 결과물도 따뜻한 작품으로 남길 수 있어서, 시청자 분들도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 기억에 남는 호평은.

▶ '정인선이 아니었으면 고애린은 안 된다'는 말이 진짜 너무 큰 호평이었다. 정말 몇 달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말이었다. 그런 말을 상상해보기는커녕 보시는 분들이 거슬려 하시지만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이었다. 그 댓글을 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 아이 엄마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갔나.

▶ 기혼자 캐릭터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 (정)시아 언니, (김)여진 언니도 많이 말씀해주셨다. 여진 언니 집에 가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간접 체험을 해봤다. 경력 단절녀라는 설정과 남편과의 갈등은 네이트판과 맘카페를 많이 참고했다. 많은 주부들이 솔직하게 다 적어주셨더라. 감정 연기는 그런 글들을 보면서 참고를 많이 했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

-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이어 다시 아이 엄마 캐릭터를 맡는 것이 부담되지 않았나.

▶ 엄마라는 캐릭터를 또 만나는 것에 있어서 주변에서 얘기가 많았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때도 그렇고 엄마라는 부분은 저한테 크게 부담되는 부분으로 작용되진 않았던 것 같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때는 아이 엄마이지만 꿈을 아직 찾지 못한, 꿈을 찾고 싶은 청춘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이번에도 같은 엄마이지만 어찌보면 성격이나 에너지나 말투 같은 건 오히려 실제 제 성격과 많이 닮아 있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윤아보다 더 코믹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초반과 중반, 후반에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 다 다르기도 했다.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이다 싶을 정도로 변화가 다양하다 생각했어서 더 욕심이 났다. 이전에 엄마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엄마를 하는 게 부담이 되기 보다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이건 내가 더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물론 차원이 다른 어려움과 마주했지만.(웃음)

- 차원이 다른 어려움은 어떤 어려움이었나.

▶ '으라차차 와이키키' 때는 이제 아이를 막 키우기 시작한 미숙한 엄마, 현장에서 미숙함이 표출돼도 괜찮은 엄마였다. 하지만 고애린은 이미 그런 미숙한 과정을 거쳤고 아이를 6년간 키웠고 엄마로서 윤아 보다 오랜 시간 가정을 이끌며 살아왔다. 삶의 우선 순위에서 자신은 없어지고 경력 단절녀로 살아야 했다. 남편과의 갈등을 안고 살아왔던 엄마로서 이것만으로도 압박감이 크더라. 스스로도 상상이 잘 안 가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했는데 그 인물이 돼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두려웠다. 고애린을 떠나서 정인선도 무서운, 걱정하고 있는 그런 감정 상태이기도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양)동근 오빠도 많이 도와주셨다. 대본에도 제가 실제로 애린이인 것처럼 서브 텍스트로 애린이의 속마음의 글을 따로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도움이 되더라. 그 산을 넘었나 했는데 극 중에서 남편이 죽게 됐다. 남편이 큰 사건을 당했는데 씩씩하게 유쾌한 파트를 연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젠 갑작스럽게 김본(소지섭 분)이 죽었다고 하고 남편 죽음의 진실을 알려주겠다고 하고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내려놓고 찍을 수가 없었다. (웃음) 애린이의 삶은 정말 버라이어티 했다. 힘들었지만 스스로 배운 게 많았다.

- 고애린이 마주했던 여러 현실의 어려움 중에 어떤 어려움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

▶ 제가 앞으로 결혼한다면 걱정되는 것 1순위가 제 삶에서 제 자신이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고는 '나 정말 일 잘하던 여자였는데'라는 말을 하는 애린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초반에는 자신이 일을 잘했던 모습을 과거형으로 말했다면 중반부부터는 일을 잘했던 그 모습을 현재로 끌어오고 이전보다 능동적이고 용감해진 애린이를 표현하고 싶었다. 마지막에는 과거형이 아닌, 일 잘하는 여자가 된 애린이로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니라 사람 고애린으로서 말도 행동도 조금 더 편안하게 하려 했다. 그 세 가지 포인트를 잡아서 연기했다. 

- 소지섭의 상대역으로 낙점이 됐을 때 당시는 어땠나.

▶ 처음에 감독님, 작가님하고 미팅을 했을 때 시켜만 주시면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너무나 당연히 시켜주시지 않겠지 했다. 다음 작품까지 텀이 있을 것 같아서 여행을 계획하던 중에 갑자기 캐스팅이 확정됐다는 얘길 해주셨다. 그 연락을 받았던 그날부터 지금 인터뷰까지 내가 꿈을 꾼 거라고 누군가 말을 해준다면 나는 그 말을 믿을 거다. 그만큼 믿어지지가 않고 '갑자기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걸 하루에 한 번 씩 생각하며 살았다. 너무 큰 작품에 커다란 역할이고 거기에 합을 맞춰주시는 분이 지섭 오빠라고 하는데 저도 '내가 왜?'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더라. 스스로도 납득이 안 가서 제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시간이 필요했다.

- 이후 부담감은 어떻게 이겨내려 했나.

▶ 많은 분들이 우려 속에서도 저를 선택해주셨다. 저를 애린이로서 자연스레 받아주신 지섭 오빠와 배우 분들, 스태프 분들을 위해 부담감과 압박감, 감사함을 원동력으로 삼아 달려왔다. 내 인생에 덜컥 큰 일이 찾아온 거다. 내 연기 인생에 이런 기회가 정말 늦게 오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연기를 다시 시작할 때도 '나는 이런 연기의 순간을 목표로 삼을 사람이 아니'라고,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다시 시작했다. 절대 그런 걸 쫓지 말고 얇고 길게 오래 해야지 했다. 그러다 연기 인생에서 최대 에너지를 써야 하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나에 대한 우려를 뒤집고 싶은 마음과 저를 믿어주신 분들께 자랑이 되고 싶다는 욕심과 고마움, 저를 선택해주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원동력으로 삼은 것 같다. 첫 방송 때 칭찬을 받고 칭찬을 원동력 삼아서 달려왔고 그 칭찬을 원동력으로 쓰고 나니 스스로가 욕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정인선을 고애린 역에 캐스팅하게 된 것일까.

▶ 감독님이 연기를 잘 해낼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 정말 그게 복이었던 게 저를 무한 신뢰를 해주셨다. '연기 원래 잘 하잖아요'라고 계속 해주셨다. 현장에서 제가 어떤 톤의 연기를 준비해와도 그걸 다 열고 다 받아주셨다. 제가 얼어 있고 긴장돼 있는 것도 아셨을 거다. 힘들어하셨던 것도 모든 분들도 아셨을 텐데, 현장에서 따뜻한, 애정 어린 응원을 많이 받은 편이었다. 정말 복받았다. 좋은 사람들만 모인 현장에서 믿어주시고 좋은 피드백을 주셨다.

- 초반 소지섭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내 뒤에 테리우스'가 크게 관심을 받았다. 당시 스포트라이트가 소지섭에게만 쏠려 있어 서운하진 않았는지.

▶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의 작품에 내가 흠집 내도 되나, 나라는 오점을 남겨도 되나 싶었는데 해나갈수록 좋은 반응이 나왔다. 작품이 마무리 됐을 때 오빠에게 '오빠 인생에 나라는 흠집을 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웃음)

- '내 뒤에 테리우스'를 마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고, 그런 저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주셔서 믿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저를 믿어주신 분들도 마찬가지고 배우 분들도 저를 고애린으로 두고 연기하셨어야 했고 저라는 낯선 배우가 TV에 나오니까 봐야 하는 분들도 계셨을 거다. 그분들 모두에게 제가 고애린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인터뷰가 기다려졌다.(웃음)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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