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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류 시대' 아닌 '닭의 시대'?

연 650억마리 식용 소비…230억마리 상시 사육
1950년대 이후 닭뼈 배출 늘어 화석화 가능성↑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18-12-13 18:25 송고
양계장의 닭들 <자료사진> © News1
양계장의 닭들 <자료사진> © News1

앞으로 지질시대 구분에서 현생 인류가 사는 현세(現世·Holocene)를 대표하는 화석은 닭이 될 것이란 학자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레스터대학 등의 연구팀은 12일(현지시간) 발간된 학술지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캐리스 베넷 레스터대 명예교수는 "현재 지구상에선 약 230억마리의 닭이 상시적으로 사육되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모든 종류의 조류를 합친 것보다 개체수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조류 가운데 닭 다음으로 개체수가 많은 홍엽조의 경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이 주 서식지여서 개체수가 15억마리 수준으로 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매년 650억마리 상당의 닭이 식용으로 소비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인류는 사실상 '닭의 시대'(the Age of Chicken)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베넷 교수는 "사람이 닭고기를 먹기 위해 닭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그 생태 또한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야생 조류였던 닭이 가축이 된 건 약 8000년 전쯤부터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 손에 길러지기 시작한 닭은 생육 환경의 변화로 야생에서보다 최대 5배까지 몸집이 커졌고 고기 생산량도 많아졌다.

특히 1950년대 들어 통닭구이용 고기를 얻기 위해 유전적으로 개량한 '브로일러' 품종 닭의 사육이 확대되면서 닭의 도축 전 평균 생존기간은 그 수명(12~20년)에 크게 못 미치는 5~9주 정도로 짧아졌다.

베넷 교수는 "'브로일러'는 완전히 공장화된 시스템에서만 사육된다"며 "알은 인큐베이터에서 부화되고, 온습도 등이 조절되는 닭장에선 최대 5만마리의 병아리가 함께 길러진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브로일러 품종과 같은 "현대의 육계(肉鷄·고기용 닭)는 성장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먹이도 벌레·씨앗보다 곡물류의 비중이 커 뼈의 구조부터 '조상 닭'들과는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조류의 뼈는 다른 동물들보다 무르고 약해 화석으로 남기가 어려운 편이지만, 현대의 육계는 그 도축량이 워낙 많아 쓰레기 매립장을 조금만 뒤지더라도 미라처럼 굳어버린 뼈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지난 2016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지질학연합 국제지질학회의(IGC) 때도 1950년대 이후 매립량이 급증한 닭 뼈가 '인류세'(Anthropocene) 또는 '인류의 시대'(the Age of Humans)를 상징하는 화석이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었다.


ys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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