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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 운전대는 잡고 있지만…'분노와 걱정' 뒤범벅

분신에 '죽고싶다' 메모 "오죽하면…결사대 얘기도"
"차분한 논의도 필요…비난보다 열악한 현실 봐달라"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이우연 기자 | 2018-12-13 18:19 송고
13일 서울시내 한 택시회사에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우기씨(57)를 추모하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2018.12.13/뉴스1 © News1 이우연 기자
13일 서울시내 한 택시회사에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우기씨(57)를 추모하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2018.12.13/뉴스1 © News1 이우연 기자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한다며 지난 10일 택시기사 최우기씨(57)가 국회대로에서 분신해 숨진 가운데, 이틀 뒤인 12일에는 택시기사 안모씨(65)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겨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자 거리의 택시기사들은 분노와 걱정이 뒤범벅된 복잡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정식서비스 내년 연기를 발표했지만 택시기사들은 "철회가 아닌 연기는 기만일 뿐"이라며 20일로 예정된 대규모 집회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어 카풀을 둘러싼 갈등 수위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시내에서 운행 중인 택시기사들은 대체로 최씨의 분신 사태에 공분을 느끼고 있었다. 분신 사건을 계기로 술을 마시다가 '죽고 싶다, 국회 폭파' 등의 내용을 메모에 적은 안씨처럼 택시 종사자들은 '최씨가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카카오T 서비스를 삭제하고 타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오는 20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등 4개 단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겠다고 예고한 집회에 적극 참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각에선 최씨의 사건은 안타깝지만 택시업계의 강경일변도 투쟁에 공감을 하기 어렵다는 택시기사들도 있었다. 이들은 양측이 보다 차분하게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풀 서비스를 시행해도 시장 장악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 보는 의견도 있었다.
◇"오죽하면 그랬겠느냐…'응징' 이야기도 등장"

11년째 택시기사 일을 하고 있는 신희수씨(63·여)는 "분신한 사람이 생계를 위협받아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고 오죽하면 그 연세에 그런 선택을 했겠냐"며 "마음이 아프고 사회가 너무 각박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일로 택시기사들이 더 단결할 것"이라고도 했다.

택시기사 경력이 5년이라는 이용우씨(72)는 20일 열리는 집회에 나가겠다며 "나이도 많고 몸도 힘드니까 안 나가려고 했는데, 분신 소식을 듣고 천불이 나 한번 더 나갔다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13일 서울시내 한 택시회사에 주차된 택시에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우기씨(57)를 추모하는 근조 리본이 걸려 있다.2018.12.13/뉴스1 © News1 이우연 기자© News1
13일 서울시내 한 택시회사에 주차된 택시에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우기씨(57)를 추모하는 근조 리본이 걸려 있다.2018.12.13/뉴스1 © News1 이우연 기자© News1

이와 같은 사건이 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는 기사들도 있었다.

개인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임헌성씨(73)는 "계속 정부에서 모른 척하면 한두 사람 희생되는 것보다 더 파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자동차에 폭탄을 터뜨려버리겠다'는 소리까지 나오는데, 죽을 각오로 하면 못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기사 윤광한씨도 "배차 교대를 할 때 많이들 모여서 관련된 얘기를 한다"며 "카카오에 대한 성토가 대단하고, 심지어 결사대를 조직해서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응징을 하겠다는 위협까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씨의 사건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택시노조의 강경노선에는 회의감을 드러내는 기사들도 있었다.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것과 현실은 별개라는 의견이다.

23년 동안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는 이헌용씨(64)는 "(최씨 사건이) 안타깝지만 분신 같은 방법을 결코 지지하지는 않는다"며 "택시기사도 시민들도 카풀 서비스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차분하게 생각해보고 합의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택시 어려운 것은 사실…일부 기사들이 욕먹여"

택시기사들은 최근 며칠 새 사이에 벌어진 일들에 뒤숭숭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업계에 대한 여론의 차가운 온도에는 공통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택시업계의 현실이 녹록잖다는 것도 강조했다.

택시경력 10년의 허한수씨(63)는 "택시기사들이 불친절하다는 여론이 너무 억울하고, 일부 택시기사들 때문에 선량한 기사들이 오해를 받는다"며 "주말 저녁 이태원·강남에서 호객하는 기사들이나 외국인 승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기사를 잘 단속만 해도 오해가 없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택시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째인 강보경씨(67)는 "아무리 해도 월 200만원을 벌 수 없더라"며 "나는 소소한 돈벌이용으로 일을 하지만, 생업으로 하는 젊은 사람들은 보기에 안타깝더라"고 했다.

윤광한씨는 "정직하게 일을 하면 사납금을 채울 수 없고, 오늘도 빵 하나 먹고 10시간째 일하고 있는데 14만원을 찍었다"며 "일을 해보니 다들 불쌍한 사람들인데 너무 많은 비난을 온몸으로 막고 있고, 그래서 다들 독이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달 17일로 예정됐던 카풀 정식서비스를 2019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택시기사와 이용자 등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반영하기 위해 고민 끝에 카풀 정식서비스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택시기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임승운 전택노련 정책본부장은 "철회도 아니고 연기 뿐이라면 이건 우리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지금 올라가있는 법안 3개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자는 거라면 몰라도, 연기 결정은 그냥 잠잠해질 때까지 미루겠다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 4개 단체가 주축이 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카카오 카풀앱 서비스에 항거해 분신 사망한 고 최우기 님 분향소를 설치, 영정을 모시고 있다. 2018.12.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택시 4개 단체가 주축이 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카카오 카풀앱 서비스에 항거해 분신 사망한 고 최우기 님 분향소를 설치, 영정을 모시고 있다. 2018.12.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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