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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호랑이 기성용 빠진 곳에 범 등장… 황인범, 자리 잡았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11-20 21:01 송고
이쯤이면 벤투의 황태자라 불려도 좋을 황인범이다. © News1
이쯤이면 벤투의 황태자라 불려도 좋을 황인범이다. © News1

주축들이 대거 빠졌던 지난 17일 호주전, 빈자리가 가장 티 났던 선수는 전술적 구심점 기성용이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 가장 강조했던 빌드업의 기점이었던 기성용이 빠지니 한국의 후방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는 곧 공수 모두의 불안함으로 이어졌다.

호주 선수들이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자 한국의 수비진은 볼 간수에 어려움을 겪으며 허둥댔고 그러다 높은 위치에서 소유권을 넘겨주면서 슈팅까지 허용하는 일이 잦았다. 힘겹게 소유권을 되찾아도 비생산적으로 활용했다. 앞선 경기들은 기성용이 낮은 곳부터 공을 잡고 전개해 나갔으나 그 역할을 맡아줄 선수가 없어 확률 떨어지는 '뻥축구'로 퇴보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차츰 다른 모습을 보여줬는데 기성용의 대체자 황인범이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에 녹아들어갔던 영향이 컸다. 이날 전반전 초중반까지는 썩 좋지 않았다. 어지간한 수준의 젊은 선수라면 이때 '멘붕'이 찾아와 무너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도 정신력도 뛰어난 황인범은 스스로 이겨내고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틀 하나를 깨뜨렸던 황인범은 그 다음 선발 경기에서 훨씬 더 여유로운 모습을 자랑했다. '대호' 기성용이 빠진 자리에 '어린 범' 황인범이 등장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 7시(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지난 17일 호주대표팀과 1-1로 비겼던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브리즈번 원정을 1승1무로 마무리했으며 벤투 감독 부임 후 3승3무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이날 황인범은 선발 출격을 명받아 주세종과 중앙에 포진,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필드를 누볐다. 호주전에서 오버페이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방대한 양을 움직여 우려가 됐으나 기우였다. 경기 시작부터 가벼운 몸놀림과 군더더기 없는 패스를 선보이며 젊은 조타수 역할을 하던 황인범은 감각적인 패스로 선제골의 단초를 마련했다.

전반 9분 황인범이 우즈벡 수비 사이를 관통시키는 스루패스를 오른쪽 측면으로 투입시켰고 이용의 논스톱 크로스에 이은 남태희의 발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이 기점 패스를 비롯해 황인범은 '편안하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패스와 경기 조율력을 선보였다. 젊은 선수답게 많이 성실하게 뛰면서 수비 가담에도 게으름 없었다.

'기성용급'이라 말하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기성용을 연상시키는 모습들이 자주 보였다. 볼 간수 능력과 빌드업 과정,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와 필요할 때 자신이 직접 전진하던 플레이는 분명 범상치 않은 젊은 피임을 재입증시켰다. 답답할 땐 직접 때렸다.

후반 16분과 17분 우즈벡이 엉덩이를 한껏 뒤로 빼 공간이 좀처럼 나지 않자 황인범은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연거푸 골문 안으로 보냈다. 마치 기성용의 그것처럼, 골키퍼가 쳐내기 급급했던 묵직한 슈팅이었다. 후반 40분 우즈베키스탄 박스 안에서 선보인 침착한 볼 컨트롤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의 나이는 22세에 불과하다.

이제 A매치 6경기에 불과한 새내기다. 그 6경기는 모두 벤투 감독 부임 후 작성됐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 1월 UAE에서 펼쳐지는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할 확률이 높다. 지금 페이스라면, 정우영과의 기성용 파트너 경쟁도 충분해 보인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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