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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올해 내 마음을 사로잡은 스피커 7선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8-11-18 10:20 송고 | 2018-11-18 10:23 최종수정
결국 음악은 스피커에서 나온다.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가 됐든, 엄청나게 비싸고 큰 혼 스피커가 됐든. 그리고 스피커마다 소릿결이 다르고 재현하는 무대의 크기와 음의 윤곽선이 다르다. 음이 예쁜 스피커, 성정이 대범한 스피커, 미끈하게 잘 생긴 스피커, 스펙으로 중무장한 스피커.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올해 들어본 스피커 중에서 지금도 눈과 귀에 아른거리는 스피커 7종을 꼽아봤다.

드보어 피델리티 오랑우탄 O/96
드보어 피델리티 오랑우탄 O/96

드보어 피델리티 오랑우탄 O/96

제일 먼저 꼽아야 할 주인공은 미국 드보어 피델리티(Devore Fidelity)의 '오랑우탄(Orangutan) O/96'이다. 이름도 이상한 이 스피커를 제일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지금 그 어떤 스피커보다 필자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 그만큼 이 스피커가 내준 소리는 대단했다. 

이 스피커는 지난 10월초 수입사 시청실에서 처음 들었다. 미국 오디오전문지 스테레오파일의 추천기기 목록에서 수년 동안 클래스A에 등재되고 있는 스피커라서 관심이 있었는데 직접 소리를 듣고는 그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모델명에 들어간 'O'는 오랑우탄, '96'은 이 스피커의 감도인 96dB를 뜻한다. 

외관은 무한배플처럼 넓직한 전면 배플과 상대적으로 옅은 안길이, 그리고 10인치 우퍼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놀라운 것은 이 스피커의 저역이 25Hz까지 내려가고(고역은 31kHz), 공칭 임피던스가 10옴이라는 점.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면 크기를 잊게 하는 엄청난 저역사운드와 섬세한 디테일, 넓직한 무대 창출능력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거칠거나 쏘지 않는 소리여서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을 그런 스피커다.

매지코 A3
매지코 A3

매지코 A3

아마 올해 오디오 애호가들이 가장 눈여겨 본 스피커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 매지코(Magico)의 'A3'일 것이다. 현대 스피커의 주류라 할 메탈 인클로저에 메탈 유닛을 단 제품인데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매지코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1000만원대 초반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A3'는 올해 5월 뮌헨오디오쇼에서 처음 실물을 봤고, 7월 국내 한 시청실에서 처음 소리를 들었다. 한마디로 차갑고 딱딱한 인클로저 이미지를 단번에 배반하는 부드럽고 편안한 사운드였다. 베릴륨 트위터를 통한 상쾌한 고역, 밀폐형 인클로저와 7인치 탄소섬유 진동판 우퍼 2발이 빚어낸 깊고 풍성하며 단단한 저역이 일품. 

실제로 필자가 이 스피커를 '갖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22Hz~50kHz에 달하는 광대역하고 플랫한 주파수응답특성 때문이다. 저역이 22Hz까지 떨어지는 스피커, 정말 흔치 않다. 감도는 88dB로 높은 편이지만 공칭임피던스가 4옴에 그쳐 앰프 매칭에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 EM EVO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 EM EVO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 EM EVO

저역과 음압이 안겨준 충격으로만 따지자면 포칼의 'Grande Utopia EM EVO'가 올해 최고의 스피커였다. 흔히 저역의 에너지감을 표현할 때 해머로 내리찍는다고 하지만, 이 스피커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아예 포탄이 터지는 듯했다. 7개 스피커 중 가장 비싼 스피커이기도 하다. 

이 스피커 역시 처음 실물은 올해 뮌헨오디오쇼에서 공개됐고 직접 소리를 들은 것은 지난 10월 수입사 시청실에서였다. 높이가 2m를 넘고 무게는 개당 265kg에 달하는 초대형 스피커. 각 유닛들이 별도 인클로저에 수납되고, 옆에서 봤을 때 전체적인 모습이 정면을 향해 등을 구부린 모습부터가 위압적이다. 

유닛 구성은 가운데 1.1인치 베릴륨 역돔 트위터를 두고 위아래에 6.5인치 미드레인지 유닛 2개, 맨 위에 11인치 미드우퍼 1개, 맨 아래에 16인치 우퍼 1개다. 커다란 우퍼가 일반 스피커처럼 영구자석이 아니라 전자석(EM)으로 구동되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저역이 무려 18Hz(-3dB)까지 내려가는 괴물 같은 스피커다. 감도는 94dB, 임피던스는 8옴.

셀수스 사운드 SP-One
셀수스 사운드 SP-One

셀수스 사운드 SP-One

필자가 이렇게 비싸고 큰 스피커들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소리가 좋은데다 예쁘기도 하고 가격까지 착하면 누가 안좋아할까. 그런 대표적인 스피커가 지난 7월 오디오웹진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들은 셀수스 사운드(Celsus Sound)의 작은 액티브 스피커 'SP-One'이었다. 가격이 50만원이 안된다. 

셀수스 사운드는 누프라임의 제이슨 림이 포터블과 올인원 오디오 제작을 위해 2015년 별도로 세운 회사. 'SP-One'은 30W(6옴) 클래스AB 앰프를 내장했으며, 1.5인치 소프트돔 트위터에 3.5인치 카본섬유 콘 미드우퍼를 달았다. 저역은 55Hz까지 내려가고 감도는 88dB, 임피던스는 6옴을 보인다. 대나무를 하나하나 붙여 마감한 인클로저가 상당히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소리. 집에서 쓰고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와는 품격이 다른, 본격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작은 몸체에서 뿜어나오는 풍성한 저역과 스케일 큰 무대, 그리고 어떤 음악을 만나서도 담대하게 나서는 그 모습에 매료되고 말았다. 블루투스(4.0, aptX) 품질도 괜찮았다.

펜오디오 카리스마 시그니처
펜오디오 카리스마 시그니처

펜오디오 카리스마 시그니처

올해 소리와 외관에 놀란 '작은' 스피커로 핀란드 펜오디오(Penaudio)의 'Charisma Signature'(카리스마 시그니처)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오디오웹진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들었는데, 펜오디오 스피커 소리가 좋다는 얘기는 수없이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호방하면서도 정교했고, 일체의 잔상이나 색번짐 없이 음을 펼쳐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 

'카리스마 시그니처'는 펜오디오의 상징과도 같은 다층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든 인클로저에 노르웨이 시어스의 29mm 소프트 돔 트위터, 120mm 마그네슘 콘 미드우퍼를 단 소형 2웨이 스피커. 높이가 255mm에 불과하지만 안길이가 313mm나 되는 점이 돋보인다. 주파수응답특성은 42Hz~30kHz, 감도는 85dB, 임피던스는 8옴.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갖춘 대표적인 스피커다.

스캔소닉 MB-5B

스캔소닉 MB-5B

덴마크 스캔소닉(ScanSonic)의 'MB-5B'는 여러 앰프를 물려보며 다양한 음의 세계를 탐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스피커다. 지난 10월 수입사 시청실에서 일본 스펙의 클래스D앰프에 물려 들었는데, 예의 스캔소닉 고급제품다운 광활한 사운드스테이지와 돌덩이처럼 단단한 저역, 예리한 음상이 처음부터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슬림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저역이 29Hz까지 내려가는 점이 마음에 든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에 그치지만 감도가 90dB로 높아 출력이 낮지만 소리는 깨끗한 3극 진공관 앰프에 물려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전원부가 좋아야 할 것이다. 유닛은 리본 트위터, 4.5인치 카본 미드 2발, 4.5인치 카본 우퍼 2발을 2.5웨이로 구성했다.

MBL 111F

MBL 111F

정말 실연 같은 음을 듣고 싶다면 독일 MBL의 무지향 스피커가 제격이다. MBL은 앰프도 유명하지만 음이 360도 전방향으로 방사되는 무지향 스피커, 독일어로 라디알슈트랄러의 최고봉에 오른 제작사다. 지난 5월 독일 현지 공장을 탐방하면서 라디알슈트랄러의 제작과정을 꼼꼼히 살펴본 기억이 새롭다. 

'111F'의 트위터는 24개 카본섬유 조각(라멜라), 중고역대 유닛은 12개 카본섬유 라멜라로 이뤄진 라디알슈트랄러. 하지만 중저역대와 저역대는 전통적인 알루미늄 콘 유닛이 담당한다. 8.6인치짜리 우퍼 2발을 통해 저역이 24Hz까지 내려가는 점이 특징이다. 임피던스가 4옴인데다 감도가 83dB일 정도로 살벌하게 낮아 힘 좋은 앰프 매칭은 필수다. 

올타임 베스트 스피커

올해 처음 들은 스피커 중에서 괜찮았던 제품은 이렇게 7종이다. 하지만 올해에도 또 들은 스피커, 올해에는 못들은 스피커 중에서도 늘 마음에 남아있는 스피커는 많다. 다시 7종을 추려봤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키소 어쿠스틱 HB-X1 : 하이엔드 소형 스피커의 롤모델. 광활한 사운드스테이지와 크기를 배반하는 깊은 저역이 일품. 만듦새 역시 거의 클래식 악기 수준이다. 실제로 클래식 기타 제작공방에서 인클로저를 만든다.

B&W 805 D3 : 한마디로 어디 흠잡을 데가 없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음들을 술술 풀어내는 능력과 각 악기들의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능력이 빼어나다. 역시 관록의 B&W 베스트셀러 모델답다.

ATC SCM40 Ver.2 : 감도는 85dB에 그치지만 밀폐형답게 재생음의 응집력과 탄력감이 대단하다. 저역은 속이 꽉 차 있으며 잡티나 잡맛이 느껴지지 않는 적막한 배경도 출중하다.

하베스 P3ESR : 작고 가벼운 밀폐형 스피커이지만 이 스피커가 쏟아내는 수많은 음수에는 정신을 못차릴 정도. 단단하고 옹골찬 저역, 발음이 분명하게 들리는 중역대가 상상을 초월한다.

스텐하임 Alumine Two : 두께 15mm 알루미늄 인클로저의 정갈한 외관부터 시선을 잡아맨다. 북쉘프 타입이지만 엄청난 저역의 펀치감이 장난이 아니다. 샘물처럼 맑고 깨끗한 사운드가 지금도 생생하다.

락포트 Atria2 :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빼닮은 고급스러운 마감, 어디서든 존재감을 과시하는 시크한 형상. 하지만 장르와 볼륨, 대역을 가리지 않는 매끈하고 스무드한 재생은 더 인상적이다.

마르텐 Duke2 : 아큐톤 세라믹 유닛의 연금술사는 스웨덴의 마르텐이다. 스탠드 마운트 타입의 이 스피커가 그 결정적 증거다. 이 스피커가 그려내는 각 악기들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선명하고 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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