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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분식회계 일단락, 금융위·원 '팀플레이' 빛났다

[금융카페] '미완'의 감리, 스모킹 건으로 '완결'
"10차원 방정식 풀어냈다"…갈등우려 불식되길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8-11-15 17:05 송고 | 2018-11-15 17:20 최종수정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2017.1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2017.1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금융당국은 결국 '고의'로 결정했습니다. 종지부가 아니라 일단락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공을 넘겨받은 검찰이 모회사 삼성물산 합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락이란 표현은 다른 곳에서도 유효합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두 기관의 불협화음 측면입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7월 금감원에 사상 초유의 재감리를 명령한 것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갈등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증선위 결정은 양 기관이 '윈윈'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완(未完)의 감리 조치안이 그대로 의결됐다면, 증선위와 금감원 모두 다치는 결과를 초래했을 겁니다. 증선위는 "행정 처분을 내리기에는 금감원 조치안의 구체성이나 명확성이 미흡해 재감리가 불가피했다"고 했습니다.

증선위가 2012~2014년 회계 감리 불확실성이라는 금감원 감리 조치안의 '옥에 티'를 찾아냈고, 금감원은 재감리를 통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인 삼성 내부문건을 찾아냈습니다. 축구에서 미드필더의 '시야'와 골잡이의 '결정력'이 골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금융위·원이 팀플레이를 보여준 겁니다.

◇'이 악문' 증선위원장·스모킹건 찾은 금감원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재감리 명령은 증선위에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증선위의 1차 감리안 심의가 한창이던 지난 6월, 김용범 증선위원장 겸 금융위 부위원장은 수차례 치과를 다녔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갑자기 심해진 탓에 이를 악무는 습관이 생겼고, 턱관절에 없던 병이 난 겁니다.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론은 어땠을까요. 한 감리위원은 "1차원이 아니라 10차원 방정식을 푸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회계 적정성만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고민이 필요했다는 얘깁니다. 의사봉을 내리치는 순간 증선위원장의 머리에는 지난 수개월의 심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쳤을 겁니다.

1차 감리를 보류당한 금감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금감원은 재감리 명령이 내려지기 전, 증선위의 조치안 수정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한 번 만든 감리 조치안을 수정하면 감독기구로서 권위나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감리 명령 앞에서 금감원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저력을 발휘해 첫 감리에서 못 찾은 내부 문건을 찾아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내부 문건이) 고의 결론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도 명예회복에 성공한 셈입니다.

◇'혼연일체'는 이상이라지만…'공정금융' 목표 하나

혼연일체(渾然一體). 지난 2015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진웅섭 전 금감원장에게 선물한 액자 속 글귀입니다. 양 기관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후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불협화음을 내면서 대립 구도를 이뤘다는 해석입니다. 사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몸처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는 건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현실로 돌아와야 합니다.

다시 축구를 빌리겠습니다. 미드필더가 생각하는 '공의 길'과 골잡이가 움직이는 방향이 매번 같을 수는 없습니다. 미드필더와 골잡이 모두 목적은 득점이지만, 각자 생각한 최선의 수를 선택합니다. 좋은 팀은 이 차이를 줄여나가는 축구를 합니다. 미드필더와 골잡이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뛰는 것입니다.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관행. 금융위와 금감원이 존재하는 목적입니다. '삼성바이오'라는 큰 경기를 치른 두 기관이 앞으로 더 빛나는 팀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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