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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화재서 살아남긴 했는데…가족 없이 고독한 병실

사망자 대부분 50~70대 노령…독거 일용직들 거주
정신 차려 처음 건 전화 "오늘 일 나가지 못해요"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8-11-09 18:49 송고 | 2018-11-09 19:14 최종수정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소방 관계자와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3층에서 발화해 2시간 여만에 진화됐으나, 현재까지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거주자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워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던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어렵게 살아남은 11명의 생존자는 가족과 연락도 닿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서울 시내 8곳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병실로 가족들이 찾아오는 부상자들는 거의 없었다. 마땅한 보호자가 없이, 전화를 걸어 부를 만한 지인도 없이 홀로 고통을 힘겹게 이겨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처음 연락한 곳은 하루 일해서 하루 먹고 사는 일터였다.  

화재 현장에서 탈출하는 중 양손에 화상을 입고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씨(63)는 "가족들은 부산에 있고 일 때문에 혼자 서울에 올라와 있다"고 했다. 이 고시원에서는 6~7년을 살았다.

A씨는 불이 난 고시원 4층 옥탑방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3층에서 시작한 화재로 인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잠이 깬 A씨는 탈출구 손잡이를 맨손으로 잡았다가 두 손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컴퓨터 분야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A씨는 "2000년대 초부터 서울에서 생활했고 (고시원에서는) 월세를 40여만원씩 냈다"며 "오피스텔은 아무리 적어도 70만~80만원씩에 관리비 등을 다 따로 내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으니까 (입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나를 도와줘야 하는 입장이고, 괜히 보증금을 거는 것보다는 아이들 장가도 가야 하니 한푼이라도 절약하려고 했다"고 했다.

중구의 또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건설노동자 B씨(59)는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직후인 이날 오전 5시9분 같이 일하는 지인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걸어 "오늘 일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말부터 전했다. 전화로 안부를 전할 가족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B씨는 '현재 연락이 닿는 가족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병동에는 가족 대신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가 보호자 신분으로 다녀갔다. 목사는 B씨의 병상에서 그가 화마를 피해 건물 외벽의 배관을 타고 탈출하다가 입은 화상을 기도로 위로하고 떠났다.

고시원에서 3년 동안 살았다는 B씨는 오랜 기간 고시원에서 거주한 만큼 입주자들의 얼굴을 모두 잘 알고 인사하며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사망자가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괴로워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입주자들은 대부분 나이대가 많았던 것으로도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가족에게 자신의 거처를 알리지 않고 살던 사람들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원이 사실상 경제적 취약 계층이 밀집 거주하는 '쪽방'이 된 탓이다.

A씨는 "입주자들 중에는 주로 노인층이 많았다"며 "다른 인근 고시원은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쪽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망자 7명의 나이도 78세와 72세를 포함해 60대 1명, 50대 3명, 30대 1명으로 대부분 50~70대에 분포해 있었다. 1명은 일본인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남성으로 직업은 거의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불이 난 고시원 복도의 폭은 약 1m 정도로, 2명이 함께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좁았다는 것이 생존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각 호실의 크기 또한 약 6.6㎡(2평)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무척 작은 '쪽방'이라 피해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고시원이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된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된 노후 고시원인 탓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었던 터라 피해가 더 확산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 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10일 오전으로 예정된 경찰·국과수·소방·전기안전공사 합동감식 및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보다 자세한 화재 경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목격자 중 일부가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도 확인에 들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폭넓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3층에서 발화해 2시간 여만에 진화됐으나,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kays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