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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징계' '자리보전' 못 막아…사립유치원 법 개정 시급

현행법상 원장 결격사유 없고 횡령죄 적용도 어려워
'박용진 3법' 시급…정상화 위한 당국 개입 근거도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8-10-21 09:00 송고
20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비리유치원 퇴출을 촉구하며 '유아교육, 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하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20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비리유치원 퇴출을 촉구하며 '유아교육, 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하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지만 정작 현행법상 원장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불신으로 초토화된 유치원 현장을 정상화할 뾰족한 대책도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비로 명품가방과 성인용품을 사는 등 회계부정이 적발된 경기도 A사립유치원 원장은 지난 1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파면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직함만 총괄부장으로 바꿔 달고 원장 때와 똑같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설립자 겸 원장을 할 수 있다. 관할 교육청은 설립자에게 징계요구를 하게 돼 있다. 거의 모든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원장이다. 사실상 '셀프 징계'가 가능하다. 실질적 행정처분이 불가능한 셈이다.

법적처분도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총 4차례 횡령죄가 성립할 만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모두 무혐의처분이 났다.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라는 논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장이 부적절하게 사용한 금액이 1억원인데 설립과정에서 1억원을 투자했다면 이익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사법처리를 받아도 원장 신분을 유지하거나 운영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 사립유치원에 적용되는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에는 원장 결격사유를 규정한 조항이 없어서다.
빈틈을 메우려면 법·제도 정비는 필수다. 이를 위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25일 '사립유치원 비리 방지 3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당론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발의를 예고한 3법 중 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비리 예방이 목적이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의 골자는 누리과정 예산을 지금처럼 지원금이 아닌 보조금으로 바꿔 지급하는 것이다. 보조금으로 지급되면 유치원 부정이 발견될 경우 횡령죄 처벌이 가능해진다. 횡령 여부를 판단할 때 사유재산과 혼동할 여지도 줄어든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해당 법 적용 대상에 유치원도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사립유치원의 급식비 유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부실급식 예방도 가능해진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후 조처 성격이다.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설립자나 원장이 '셀프 징계'를 못 하게 한다. 결격 사유도 둬 유치원 이름만 바꿔 다시 개원할 수 없도록 한다.

원명만 바꿔 다시 개원하는 일이 없도록 설립자나 원장이 징계를 받고 일정기간 개원을 하지 못하게 하도록 한다. 원장이 설립자일 경우 셀프징계가 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대책이 비리 예방에만 쏠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란에 빠진 유치원을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는 대책은 빠졌다는 것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설립자나 원장의 비리 적발 등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유치원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학습권을 보호받아야 할 유아나 그들의 학부모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도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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