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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세상 못봐서 안타까워"…추석 앞둔 실향민들

(광주=뉴스1) 남성진 기자 | 2018-09-22 11:44 송고 | 2018-09-22 11:45 최종수정
망향제 지내는 실향민들( 광주시 이북5도사무소 제공)© News1
망향제 지내는 실향민들( 광주시 이북5도사무소 제공)© News1
"이 좋은 세상 못보고 먼저 간게 제일 안타깝지. 어쩌면 우리의 고향 땅을 밟을 수도 있는데."

최근 정상회담 등의 영향으로 남북관계가 호전되면서 실향민들이 고향에 가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1951년 1월 4일, 평안북도에서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채 홀로 남한으로 내려와 광주에서 지내고 있는 박기관씨(85)는 슬픔을 꾹 참아내며 말을 꺼냈다.

박씨는 1·4후퇴 당시를 생각하며 "당시에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급하게 내려왔다"며 "누구를 찾고 뭐고 할 여유가 없어 가족들과 생이별 한채 맨몸으로 홀로 내려와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이 올때마다 고향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인지 박씨는 목소리가 가라 앉으며 "명절이 올때마다 느끼는 심정을 어찌 말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10년이 가도 20년이 가도 한결 같이 변함이 없다. 그저 한번만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의 평화와 기류가 흐르자 먼저간 이 세상을 뜬 실향민 동포들의 생각이 났다고 했다.

박씨는 "각자 다르게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함께 고생하고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분들 중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이 많다"며 "그 사람들이 지금 이 좋아진 세상을 못보고 가서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연설하고, 백두산 천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는 장면 등을 TV로 봤다"며 "그 모습을 보니 우리에게 북한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이를 살아 생전 못느끼고 먼저 간게 슬프다"고 덧붙였다.
실향민 김성연씨(85·함경남도)와 이주호씨(78·함경남도)가 남북정상회담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실향민 김성연씨(85·함경남도)와 이주호씨(78·함경남도)가 남북정상회담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잘 돼 고향에 가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2018.4.27/뉴스1 © News1 전원 기자
6·25 당시 함경남도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김성연씨(85)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명절때마다 가서 먕향제를 지내는 동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은 북에 남은 채 혼자 남한으로 내려오게 됐다"며 "고향이 그립고 남한에 내려와 지내다 먼저 세상을 뜬 동포들이 생각나 매년 망향제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망월동에 이북 5도 공동묘지가 있다"며 "매번 명절때마다 가서 망향제를 지내며 먼저 간 동포들에게 술 한잔 따라주며 '내가 왔네, 잘 있었나' 정도의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또래가 10여명 있었는데 지금 거의 다 죽고 몇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먼저 간 그 친구들은 귀신이 되서 고향땅도 밟고 가족들도 만났을테고, 더 좋아진 세상도 먼저 알았을 것"이라며 "그래도 그들이 살아생전에 이 좋아진 세상을 보지 못하고,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간게 너무 안타깝다"고 위로했다.

이어 "자녀들과 손자손녀들에게 이북의 이야기를 자주 해주는데 북에서 내려온 우리가 다 죽고 떠나도 2세대들이 망향제를 잊지 않고 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시 북구 장등동에 마련된 '이북도민 망향의 동산'에서는 가묘를 포함해 370여명이 안장돼 있다. 이북5도 실향민들은 명절때마다 이곳을 찾아 먼저간 지인들을 그리워 하는 망향제를 연다.

오는 24일에도 실향민들은 이북도민 망향의 동산을 찾아 망향제를 지낼 예정이다.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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