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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등록·고무줄 진료비…걸음마 뗀 펫보험 갈 길 멀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지만 펫보험 가입 0.2% 그쳐
"펫보험 활성화는 동물 주인·병원 협조 함께 가야"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8-09-23 09:30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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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마리에 달하고, 관련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열 집 중 세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 그러나 반려동물 보험(펫보험) 가입률은 고작 0.2%.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속속 펫보험을 내놓거나 기존 상품을 개정하면서 펫보험이 갓 걸음마를 뗐다. 여건은 어느 정도 무르익었으나, 동물 등록제와 동물병원 진료비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펫보험은 삼성화재·현대해상·롯데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4개사가 취급하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롯데손보는 펫보험을 유지하고 있었고, 한화손보는 최근 출시했다. 메리츠화재가 과거에 출시했다가 접었던 펫보험을 다시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다.
펫보험은 국내에서 2007년 말에 처음 나왔다. 2008년 반려동물 등록제 도입으로 펫보험이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등록률 저조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가는 보험금 비율) 악화로 소비자들에게도 보험사들에도 인기가 없었다.

정부는 포화에 이른 보험시장의 새 먹거리로 펫보험을 적극적으로 권고해왔다. 여기에 매년 반려동물 증가로 수요도 높아졌고, 최근 보험개발원이 반려동물 진료비 분석 등을 기초로 한 참조순보험료율을 산출하며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가격을 책정할 때 참고할 제대로 된 요율이 없어서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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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기준으로 삼성화재·현대해상·롯데손보의 펫보험 계약 건수는 2638건, 보험료는 9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반려동물 수가 1000만마리에 이르는데 보험 가입률은 0.2%에 불과하다. 이 가입률마저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반려동물 중 보험에 가입한 동물에 해당한다.
정부가 2014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지난해를 기준으로 등록 동물은 117만 마리다. 열 마리 중 한 마리 정도만 등록했다는 얘기다. 등록하려면 동물의 몸 안에 칩을 넣어야 하다 보니 거부감이 커서 등록제가 별 실효성이 없다.

펫보험이 자리를 잡으려면 동물 등록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등록하지 않은 애완견을 여러 마리 키우는 사람이 한 마리분 펫보험을 들고, 나머지들의 동물병원 치료비까지 그 보험에 청구하더라도 걸러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펫보험 가입 나이는 보통 7세로 제한한다. 그런데 나이가 더 많은 노령동물의 나이를 실제보다 낮춰서 가입해도 마찬가지로 속수무책이다.

동물병원의 '고무줄' 진료비도 등록제 미비와 맞물려 큰 과제다. 자율경쟁으로 진료비를 낮춘다는 목적으로 1999년에 동물 의료 수가제도를 폐지했다. 그런데 진료비가 낮아지기는커녕, 동물병원에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동물병원들이 담합해서 진료비가 오르거나, 병원마다 제각각인 일이 많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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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등록에 인센티브를 줘서 등록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등록에 대한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애초에 등록 의무 주체를 소유자가 아닌 공급자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사기보다는 버려진 동물을 입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입양하는 동물 등록은 데리고 있던 보호소(보호자)나 입양해가는 주인이 해야 하므로, 공급자에게 등록 의무를 지우는 방안도 한계가 있다.

평균 진료비 공시, 더 나아가 의료 수가제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 여건이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과잉 진료·청구를 걸러낼 장치가 함께 가야 한다"며 "수가제 재도입이 어렵다면, 공시를 통해 적정 비용 기준이라도 잡아줘야 보험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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