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온 가족 즐거운 '명절'의 역설…이혼건수는 급증

(청주=뉴스1) 이정현 기자 | 2018-09-24 07: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충북 청주에 사는 직장인 정모씨(41‧남)는 매년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아내와의 다툼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여느 부부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라지만 가족과 가족사이 문제라는 점에서 이렇다 할 해답이 없는 것도 가슴을 답답하게만 한다.

매년 명절 갈등의 시작은 시댁과 친정을 오가는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된다.

대체공휴일까지 5일을 쉴 수 있는 이번 추석연휴. 정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향집과 처갓집을 다녀올 일정을 짜기 위해 아내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 이내 싸움(?)은 시작됐다.

아내는 매번 명절 때마다 시댁에서 긴 시간을 보냈으니 이번 연휴에는 시댁에 짧게 머문 뒤 처갓집 식구들과 여행을 가면 안되겠느냐 제안했고, 정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자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이 복받친 아내는 매년 명절 때마다 친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했던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기 시작했다.

1시간여 걸친 두 사람의 싸움은 결국 ‘이혼’이라는 말까지 나온 뒤 정씨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고서야 끝이 났다.

정씨는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정말 가족 대 가족의 문제는 어떻게 합리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떨어져있는 가족들이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정을 나누는 명절연휴가 오히려 가족의 끈을 놓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절을 전후로 이혼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접수된 이혼신청은 10만8880건으로 하루 평균 298건이다.

반면 설날과 추석 이후 열흘간은 하루 평균 약 577건으로 이혼 신청이 평상시의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2016년의 경우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2월 11일은 838건,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19일은 1076건으로 평소의 3~4배에 달하는 이혼 신청이 몰려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실제로 저희 사무실에도 명절을 전후해 이혼상담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매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는 분명 명절이 이혼에 미치는 영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cooldog72@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