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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11만 시간의 배분 전략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18-09-21 14:27 송고 | 2018-09-21 15:06 최종수정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News1
은퇴를 한 분들은 골프 치러 갈 때 일부러 하루 종일 걸리는 데 간다고 합니다. 남아 도는 시간을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합니다. 젊을 때는 시간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은퇴 후에는 시간이 남아 돌아 곤혹스럽습니다. 나이 들어 가족과 보낼 시간이 많아졌지만 정작 가족은 나의 시간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후의 시간에도 배분전략이 필요합니다. ‘닥치는 대로 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긴 세월 집에서 TV만 붙잡고 살게 됩니다.
우선, 노후의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아보겠습니다. 60세를 은퇴시점으로 잡고 85세를 사망시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기대여명이 25년이 되는데 시간으로 환산하면 22만 시간(=25년×365×24)입니다. 백세까지 산다고 하면 무려 35만 시간이 됩니다. 물론 남녀가 다르니 유념해야 합니다. 남자는 기대여명이 22년이니 총 시간이 19만 시간이고 여자는 27년이니 24만 시간이 됩니다. 여자가 60세 후에 남자보다 5만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 합니다.

여기에서 먹고 자는 시간과 아파서 누워 있는 시간을 빼야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가용시간이 됩니다. 통계청의 '시간생활 조사'에 따르면 22만 시간 중 가용시간이 11만 시간입니다. 이를 남녀로 나눠 보면 여자는 11만 5000 시간, 남자는 9만 6000 시간으로 여자가 약 2만 시간이 많습니다. 참고로, 자는 시간이 7만 6000 시간, 와병시간이 약 3800시간이라고 합니다. 자는 시간이 가용시간의 70%에 해당할 정도니 잘 자는 것도 노후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의적으로 선택이 가능한 가용시간의 활용입니다. 가용시간 11만 시간은 매일 8시간 일한다고 하면 약 37년에 해당합니다. 젊을 때 37년에 해당하는 시간을 은퇴 후에 가질 수 있다는 뜻이죠. 몸만 건강하다면 무언가 이루어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60세 이상 분들은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11만 시간의 가용시간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여가와 일에 6:4로 시간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일에는 가사노동과 경제활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성은 일에서 경제활동이, 여성은 가사노동이 주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남성은 11만 시간의 27%를 경제활동에 여성은 29%를 가사노동에 할애했습니다. 75세를 넘어가면 여성은 가사노동 시간이 그대로인 데 반해 남성은 경제활동 시간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남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집니다.
둘째, 여가시간을 적극적 여가와 소극적 여가로 나누어 보면 여가시간의 54%를 아무것도 안 하거나 그냥 쉬는 소극적 여가활동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소극적 여가활동의 85%를 차지하는 게 TV 시청으로, 전체 여가시간의 절반, 그리고 가용시간의 1/3을 차지합니다. TV가 자식보다 효자라는 말이 여기서 입증됩니다. 적극적 여가활동은 주로 교제나 운동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반면에 봉사활동은 1%로 아주 낮은 수준입니다.

셋째, 60세 이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일을 합니다. 60세 이후는 남성의 경제활동 시간이 줄어드는 반면에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줄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60~74세의 은퇴 전반기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 1.1배 일을 하는 반면에 75세 이후 은퇴 후반기에는 무려 2.2배 일을 하게 됩니다. 75세 이후에 남성이 여성과 가사 일을 분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성은 여성과 달리 은퇴 후반기에 여가시간이 크게 증가합니다. 남성은 75세 이후는 대부분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데, 이 시간을 가사노동에 할애하지 않고 TV 시청에 할애합니다. 이러다 보니, 소파에 앉아 TV만 시청하는 남편을 가구(家具)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시간 활용은 효율적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11만 시간에 이르는 가용시간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일에 1만 시간을 투입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합니다. 11만 시간이면 전문가가 10개는 되고 남을 정도의 시간입니다.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전문성을 키워 보시길 바랍니다. 평소에 전문가 같은 취미 활동을 하시면 더 좋습니다.

노후의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가사 노동을 분업의 관점에 보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눌 게 아니라 협업의 관점으로 보아 남성도 분담해야 합니다. 은퇴 후반기에 여성은 가사노동과 남편 병 간호를 하고 이후 남편이 사망한 후 자신의 병까지 스스로 돌봐야 합니다. 노후의 가사노동 분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리고, 은퇴 후의 소극적 여가를 적극적 여가로 바꾸어야 합니다. 아무 일도 않거나 TV 등을 보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반면 봉사활동 등의 사회적 활동 비중은 낮습니다. 운동, 교제, 봉사 등의 ‘사회적 활동’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서구 사회에 비해 봉사활동의 비중이 아주 낮으므로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다만 부부가 적극적 여가 활동을 할 때 ‘따로 또 같이’가 필요합니다. 모든 걸 함께하려 하지 말고 한두 개는 함께하고 나머지는 따로 하는 게 좋습니다.

성공적인 재테크가 생활을 편하게 한다면 성공적인 시(時)테크는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활동과 관계가 많아지면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좋아집니다. 성공적인 재테크의 기반은 좋은 자산배분이듯이 성공적인 시테크는 시간을 잘 배분하는 데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스마트한 시간배분 전략을 의논해 보십시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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