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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구두닦이 서비스?…근사한 아재의 홍콩 누리기

아재가 돼서 떠난 홍콩여행 ② 쇼핑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18-09-22 08:00 송고
홍콩엔 20세기 초부터 맞춤형 정장이 유행했다. 이하 홍콩관광청 제공
홍콩엔 20세기 초부터 맞춤형 정장이 유행했다. 이하 홍콩관광청 제공

홍콩은 근사하게 나이 들어온 남자들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여행지다. 

20세기 초부터 이미 홍콩은 질 좋은 테일러링 슈트(맞춤형 정장)로 유명한 도시였다. 상하이로부터 건너온 양복 장인들이 홍콩에 터전을 잡았고, 식민지 시대 영국 신사들의 엄격한 패션 감각 역시 한몫했다.  
최근엔 금융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트렌디한 수제화 브랜드부터 이탈리아의 디자인과 일본 장인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안경원, 최고급 구두닦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구두 매장까지 생겨나고 있다.
 
본햄 스트랜드 매장
본햄 스트랜드 매장

◇은퇴한 재단사들을 위해 세워진 50년 역사의 테일러 숍


본햄 스트랜드(Bonham Strand)는 '100% 메이드 인 홍콩'을 표방하는 테일러링 숍이자 오랜 문화적 유산을 이어가려는 사회적 기업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초인종을 눌러야 하는 입구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소박하고 고풍스러운 사무실이 발길을 맞는다. 사무실 안쪽의 테일러링 작업실에는 경력 30~50년의 나이든 재단사들이 바쁘게 손을 놀린다. 천장에는 나무 팬이 천천히 돌아가고, 2층 창밖으로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풍경이 정면으로 보인다.

본핸 스트랜드의 장인들이 맞춤형 정장을 제작하고 있다
본핸 스트랜드의 장인들이 맞춤형 정장을 제작하고 있다

본햄 스트랜드는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은퇴한 재단사들의 복지와 홍콩식 테일러링 슈트의 전통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브랜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로로 피아나 등과 같은 이탈리아 원단, 조개와 뿔 소재의 단추 등 고급 재료만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맞출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된다.

테일러링 슈트는 직물과 라펠, 소매, 주머니까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지만, 완성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에 여행자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본햄 스트랜드의 합리적인 가격대와 매력적인 분위기를 그저 스쳐지나기엔 아쉽다. 사지 않아도 한 번쯤 들러 상담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방문하기 전 홈페이지(bonhamstrand.hk)에서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데노보멘 매장
데노보멘 매장

◇금융가 엘리트들이 신는 이탈리아 가죽 수제화

데노보멘(Denovomen)은 좋은 구두를 찾는 젊은이부터 홍콩의 금융가 엘리트까지 다양한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수제화 브랜드다. 1990년대부터 최고급 수입 구두를 유통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남성의 발과 체형에 편안하게 맞는 구두를 고급스럽게 제작한다.

버팔로, 말가죽, 양가죽 등 질 좋은 명품 가죽을 다채롭게 사용하며, 수제 구두와 카우보이 부츠, 로퍼, 웨딩 슈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연중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편으로 캐주얼 슈즈는 650홍콩달러(약 9만2700원), 가죽 수제화는 2300홍콩달러(약 32만8000원) 정도다.

포호에 자리한 크로미스 매장
포호에 자리한 크로미스 매장

◇이탈리아와 일본 감성이 만난 안경원

포호는 고즈넉한 골목들로 이뤄진 동네지만 현재 홍콩에서 가장 '쿨'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그 한쪽 모퉁이에 근사한 안경 가게가 하나 오픈했다. 이탈리아의 비스포크 안경 브랜드 크로미스(Khromis)다.

이탈리아에서 안경을 디자인한 후, 일본 장인들이 안경테부터 렌즈, 실리콘 코받침까지 정밀하게 제작한다. 이탈리아의 미의식과 '세계 최고'라 일컫는 일본 안경 기술의 만남이라니, 패셔니스타와 깐깐한 안경 사용자가 동시에 환호할 만한 소식이다.

크로미스에서 선보이는 안경 제품들
크로미스에서 선보이는 안경 제품들

선글라스를 비롯해 바로 사갈 수 있는 제품들도 다채롭게 갖췄고, 숍 한쪽의 비스포크 코너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소재와 섬세함으로 '나만의 안경'을 주문할 수 있다. 헤이즐 앤 허시 로스터의 커피 바가 매장에 들어서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우아한 실내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홀짝이며 멋진 선글라스들을 구경해보자. 

테슬 매장
테슬 매장

◇신사처럼 즐기는 호사, 홍콩 최고의 구두닦이 서비스  

랜드마크 쇼핑몰 지하 1층은 남성들을 위한 패션 매장들로 가득하다. 고급 브랜드가 즐비한 복도를 지나다가 문득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다. 아케이드 복도 한 켠 호화로운 방 한 칸에 앉은 채 구두닦이 서비스를 받는 남자들 얘기다.

이곳은 고급 남성 수제화 편집 매장 태슬(Tassels)의 슈샤인 서비스(구두닦이 서비스) 부스다.

느긋하게 앉아 신문이나 책을 읽는 동안, 수십년 경력의 장인이 신발을 정성 들여 닦아준다. 구두의 색깔에 맞춘 고급 왁스나 크림을 사용하며, 가장 기본적인 '베이직 퀵 샤인'부터 오랜 시간을 들여 거울처럼 윤기를 내는 '미러 피니싱 서비스'까지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테슬 매장에선 최고급 구두닦이 서비스를 받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테슬 매장에선 최고급 구두닦이 서비스를 받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여행 도중 아끼는 신발이 상했거나 여행지에서 뜻밖의 호사를 만끽하고 싶다면 태슬 슈샤인 부스로 향하자. 구두를 닦은 후 바로 옆 퓨엘 커피숍의 맛있는 에스프레소라도 홀짝여보면, 그야말로 홍콩 제일의 신사로 거듭난 기분이 들 것이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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