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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친절한 제주도민께 감사"…두 달 만에 웃은 예멘인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18-09-14 12:03 송고 | 2018-09-14 18:44 최종수정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은 14일 예멘난민 신청자 484명 중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했다. 이날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이 출입국청에 들어서고 있다.2018.9.14/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4일 오전 8시30분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하 제주출입국청)에 예멘인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유모차에 탄 한 살배기 아이부터 히잡을 머리에 두른 여성들, 크로스백을 어깨에 둘러맨 청년, 셔츠 매무새를 가다듬는 중년 남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건물에 들어선 이들은 모두 1층 강당으로 향했다. 자리에 착석한 뒤에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옆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강당에 모인 인원은 모두 23명.

두 달여 전 이 곳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했던 이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 제주출입국청으로부터 '인도적 체류 허가'를 통보받았다.

난민법상 난민 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강제 추방할 경우 생명 위협의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국내 체류를 허용받은 것이다.

동시에 출도 제한 조치도 해제되면서 이들은 제주도를 포함한 국내 이동도 자유로워졌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은 14일 예멘난민 신청자 484명 중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했다. 이날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이 출입국청에 모여 있다.2018.9.14/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출입국청을 빠져 나오는 예멘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히잡을 두른 부인과 11개월 된 아들과 함께 제주출입국청을 찾은 A씨(34)는 이번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에 대해 "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은 물론이고, 지금 심사를 받고 있는 예멘인들에게도 분명히 좋은 일"이라고 두 손을 모았다.

현제 한 제주도민 가정과 함께 지내고 있는 A씨는 "출도 제한이 풀리긴 했지만 당분간 제주에서 지낼 생각"이라며 "그동안 예멘인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걸로 안다. 그러나 도민들은 언제나 친절했다. 감사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사촌 동생과 세 형제 가족 모두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B씨(32)는 "정말 기쁘다. 이제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면서 "특히 제 주변 예멘인 친구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조만간 타 지역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제주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지만 내가 살기에는 물가가 너무 비싸다"며 "제주에 오기 전 머물렀던 도시로 돌아가 일자리를 찾아 볼 계획"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예멘 내전으로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에 왔다던 C씨(30)는 "모든 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조금 걱정이 되지만, 당분간 제주에 머물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라고 전했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은 14일 예멘난민 신청자 484명 중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했다. 이날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이 출입국청에 모여 있다.2018.9.14/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이들에게 부여된 체류기한은 1년이다.

제주출입국청은 이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이들이 한국어와 함께 우리나라의 법 질서와 문화를 배우며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 등과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체류상황과 국내 상활 적응 여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핀다는 계획이다.

한편 제주출입국청은 지난 6월 25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 가운데 440명에 대한 1차 심사를 마쳤으며, 마약검사, 범죄경력조회 등 신원검증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쯤 심사를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mro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