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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의 통일만들기] 두만강 국제학교

통일코리아의 '정수리'…남북중러, 동북아 인재 양성
중러 진출 '활발' vs 남북 '침묵'…정부통제 풀어야

(서울=뉴스1)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 2018-09-14 09:00 송고 | 2018-09-14 09:59 최종수정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 소장© News1
두만강은 백두산의 동쪽 기슭에서 발원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국경을 가로질러 동해로 유입되는 강이다. 500㎞가 넘는 긴 북·중 국경선이 끝나고 북·러 국경선이 만나는 지역에 넒은 삼각지 지역이 나온다. 바로 북한 나선특별시, 중국 훈춘시, 러시아 하산시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방천전망대에 오르면 북중러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이 연출되고 맑은 날이면 푸른 동해바다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 지역이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핵심 요충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연히 이곳에 대한 인근 나라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가장 적극적인 중국은 훈춘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고속철도를 개통해 물동량을 대대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중국 측 방천 일대를 중심으로 북측 라선시 두만강동과 러시아 연해주 하산구를 하나의 개발건설구역으로 만들어 세 나라가 공동으로 관광레저오락시설을 건설하는 '초국경 두만강 삼각주 국제관광합작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말은 '1구3국(一區三國)' 관리체제지만 '중국 중심'이라는 의도도 분명하다. 러시아도 이에 질세라 매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러시아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벌였다. 두 지역을 복합물류도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타워에서 내려다본 북한 지역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고요함만이 흐르고 있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라고는 몇몇 어색한 건물들이 전부이다. 대한민국도 이 지역에 관심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나진-하산을 중심으로 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중심으로 광역두만개발계획 (GTI; Greater Tumen Initiative)에도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친 공세에 비하면 남과 북의 움직임은 침묵에 가깝다. 안타깝고 불안한 일이다. 오늘날 북미간의 비핵과 협상의 판 자체가 위태로워 보이는 판에 한반도에서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그래서 역사적으로 항상 소외와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이 지역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남과 북이 함께 다시 살 그날을 준비한다면 이 지역은 통일코리아의 정수리에 해당할 것이다. 사람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정수리가 큰 역할을 하듯이 두만강 삼각지 지역은 통일 코리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렇게 중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남한은 두 손 놓고 중국과 러시아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방관하고만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지역에 대한 우리 민족의 실질적 존재감을 높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 결국 이 지역에 어떤 국가와 민족이 더 많이 와서 삶을 살아내는가가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국경선에 상관없이 이 지역의 실질 주인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역사가 예외 없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지금까지 별 성과 없이 진행되어 온 '정부' 주도의 '경제 협력 정책의 재활용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오늘날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유엔과 미국의 제재 하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설사 제재가 없더라도 이 지역에 관광 이외에 수지가 맞는 산업을 발굴하기는 쉽지 않다. 절대적으로 인구가 부족하고 교통망도 현재는 매우 열악하며 또 산업을 일으킬 만한 특정한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억지로 정부가 기업을 끌어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는 정부를 민간으로, 경제투자를 사회교육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남과 북이 힘을 합쳐서 북한 두만강동(洞)에 두만강국제중고등학교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갈등과 분쟁의 상징이었던 이 지역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대한민국의 영특한 인재들이 모여들어 국경의 한계를 넘어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는 동북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기르는 것이다.

그 의미는 여러 겹이다. 우선 국제적 수준의 교육기관을 통해 이 지역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학생이 오면 학부모가 오고 자연히 지역 상권이 들어선다. 이는 북한 평양 중심적 개발에 대한 의미있는 대안이 된다. 또한 정체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 중고등학생을 육성하면서 통일과 동북아를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들을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양성한다.

혹자는 질문할 것이다. 과연 북한이 이런 학교의 설립을 허가하겠는가? 허가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앞으로 전개될 경제 사회 개발에 필요한 신 인재 양성에 매우 관심이 많다. 이미 대한민국 교포들이 중심이 되어 평양 시내 한복판에 세운 평양과학기술대학이 8년째 운영되고 있다. 또한 기회만 있으면 학생들과 관료들을 외국으로 보내서 소위 선진 문물들을 배우려고 한다, 두만강국제학교는 북한 당국이 어쩌면 가장 원하는 사업일 수도 있다.  

그럼 대한민국 민간에서는 이런 학교에 관심이 있을 것인가? 많을 것이다. 북한과 민간교류에 관심이 수많은 민간단체들, 북한에 고향을 둔 실업인들 그리고 통일 코리아에 관심이 있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 물론 국제적 수준의 학교 설립과 운영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이처럼 의미있는 사업에 관심과 지원을 할 준비와 능력이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두만강국제학교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 버티고 있다. 다름 아니라 남북교류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푸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주장하건데 남과 북의 민간교류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풀어서 지금보다 더욱 활발한 민간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 우리 민간분야는 이미 정부가 하나하나 통제 허가하기에는 너무 크고 다양해졌으며 북한 당국과 그들의 민간 영역을 상대할 준비와 능력이 충분히 있다.

지금까지의 비핵과 과정에서 드러난 분명한 사실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절대적 선언이 아니라 조건부 가정이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비핵화를 이룰 것이다'라는 결단의 표현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대안을 검토한 후에 비핵화를 할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 제시다. 따라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어떻게 북한에 제시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북한 체재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보장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것은 미국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경제협력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하지만 이 선물 보따리를 풀기에는 아직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렇다면 가만히 손 놓고 북한과 미국의 힘겨루기를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바로 남북 간의 민간교류다. 촘촘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충돌하지 않는 영역에서 남과 북의 민간 인사들이 지금보다 10배 100배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이다. 같은 민족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의 지지도 받을 수 있는 일이다.

다음 주 평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북측에 민간차원에서의 교류에 대한 다양한 창구들을 개설해 줄 것을 요구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정부는 정부만이 담당할 수 있는 분야, 즉 북미 간 진행되는 비핵화 과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이 함께 설립한 두만강국제학교에서 남 북 그리고 중국 러시아 학생들이 함께 뛰노는 모습이 바로 진정한 통일이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공동체의 완성일 것이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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