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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특수학교 대신 국립한방병원…건립 가능성은?

교육감·국회의원 합의 주체들의 월권…복지부 권한
강서구 학교 통폐합 필요하지만 학부모들 반발도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8-09-12 06:00 송고 | 2018-09-12 09:04 최종수정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손동호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강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합의문 발표식에서 서명한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서울 강서을), 서울 강서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대신 추후 인근 학교 통폐합 때 해당학교 부지를 국립한방병원 건립에 활용키로 한 합의를 두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조 교육감·김 대표·비대위 등 3주체의 월권 여부, 국립한방병원 건립 실현 가능성, 이번 합의에 따른 학교 통폐합 기정사실화 등이 대표적이다. 3가지 핵심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따져봤다.

◇교육감·국회의원의 국립한방병원 건립 추진은 월권?

핵심은 국립한방병원 건립 추진을 골자로 한 조 교육감·김 대표·비대위의 합의가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결론만 놓고 보면 이들 권한 밖 사안이 맞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립한방병원 건립 추진 칼자루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쥐고 있다. 시교육청이 학교 통폐합 후 남은 부지를 의료시설용지로 용도변경하더라도 해당 부지를 국립한방병원으로 낙점할지 말지는 복지부 권한이다. 이후 예산 집행부터 건물 완공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관장하는 것도 복지부 역할이다. 따라서 교육감과 지역구 국회의원, 지역주민들의 합의만으로 국립한방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합의는 우리 부와 사전협의가 없었던 사안이라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면서도 "국립한방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결정하는 주체는 복지부인 게 맞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이번 합의는 특수학교를 우선 설립하고 이후 주민 숙원사업인 국립한방병원 건립 실현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의미였는데 마치 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비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국립한방병원 건립 가능할까

국립한방병원 건립 실현 가능성도 논란거리다. 이번 합의는 구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하지만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건립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분석이다.

우선 복지부가 선을 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국립한방병원을 건립 여부에 대해 어떤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도 물음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유일한 국립한방병원인 부산대 한방병원이 병상 200석을 다 채우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고 현재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건립 가능 시기도 불투명한데다 기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한 이유다. 첫 단추인 부지확보는 2020년이 돼야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내 염강초·공진중·송정중 등 3개교를 오는 2020년 3월 개교할 마곡2중(가칭)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무렵(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도 있다. 지역구 의원 얼굴이 바뀌면 자칫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부지를 확보해도 곧바로 첫삽을 뜰 수 없다. 학교용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세우려면 의료시설용지로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 용도변경을 하는 데에는 1년 안팎이 걸린다. 용도변경 후에는 복지부가 국립한방병원 부지 적합여부를 판단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다. 이 기간도 제법 걸린다. 복지부가 지난 2016년 강서 특수학교 부지인 옛 공진초 터에 대한 국립한방병원 건립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조사결과를 내기까지 6개월이 소요됐다.

국립한방병원 부지로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면 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청한다. 기재부가 이를 재점검해 예산 배정 여부를 결정한다. 대개 이듬해 예산이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고 공사기간까지 고려하면 국립한방병원 건립은 2024~2025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합의로 학교 통폐합 기정사실화?

국립한방병원 부지 후보가 돼 버린 강서구 내 통폐합 대상학교의 구성원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번 합의로 학교 통폐합이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며 분노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통폐합 의지는 줄곧 강한 편이었다. 폐교 대상학교 학생 수가 올 3월 기준 174명(염강초), 133명(공진중)으로 적은데다 향후 입학생 추이도 해마다 줄어 통폐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마곡2중 개교 조건이 3개교의 통폐합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번 합의가 학교 통폐합 강행 동력이 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통폐합 이후 학교부지에는 학교를 다시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어차피 다른 용지로 용도변경해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합의는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이룰 수 있도록 용도변경에 협조를 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통폐합 대상학교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통폐합 대상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생 만족도가 높은 학교인데도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폐교를 추진하고 병원 건립에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게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청의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나"라며 "조만간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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