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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스피커 9종이 펼친 챔피언스 리그 승자는?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8-09-09 07:00 송고
비교시청에 등판한 스피커 9종. 앞에 보이는 앰프는 네임의 ‘Uniti Nova’.
비교시청에 등판한 스피커 9종. 앞에 보이는 앰프는 네임의 ‘Uniti Nova’.

최근 스피커 9종을 한 자리에서 잇따라 들어봤다. 물론 앰프나 케이블은 동일한 조건에서다. '한 앰프로 매칭 가능한 여러 스피커를 들어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기종을 고른다.' 이는 오디오애호가들이 마음속에 감춰둔 로망인지도 모른다. 필자도 이런 뷔페는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 비교시청회에 동원한 스피커들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모델들. 일종의 스피커판 챔피언스 리그가 펼쳐진 셈인데, 과연 그 승자는 누구였을까. 
앰프 및 소스기기로는 네임의 올인원 플레이어 'Uniti Nova'(유니티 노바)를 붙박이로 놓았다. '유니티 노바'는 8옴에서 80W를 내는 솔리드 인티앰프이자 타이달(Tidal), 멜론, 벅스 등 스트리밍 음원이나 USB스틱에 담긴 음원 등을 재생할 수 있는 소스기기. 셸비 린의 '저스트 어 리틀 러빙'(Just A Little Lovin’), 소니 롤린스의 '아임 언 올드 카우핸드'(I’m an Old Cowhand), 오스모 반스케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의 '말러 6번 1악장' 등 USB스틱에 담은 3곡을 재생하며 각 스피커들의 음질을 비교했다. 

스피커는 스탠드 마운트형(북쉘프)이 3종, 플로어 스탠딩형이 6종. 가격은 500만~1200만원대다. 편의상 3그룹으로 나눴는데, 하이엔드 북쉘프조(B&W 805 D3, 포칼 Sopra No.1, 하베스 HL5 Plus), 중급 플로어스탠딩조(PMC Twenty5.24, 시스템오디오 Legend 40, 다인오디오 Excite X38), 고급 플로어스탠딩조(오디오벡터 SR3 Avantgarde, 프로악 Response D48 R, ATC SCM40 Ver.2)다. 각 그룹별 스피커 언급 순서는 순위나 가격이 아닌, 시청 순서다.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 3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805 D3, Sopra No.1, HL5 Plus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 3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805 D3, Sopra No.1, HL5 Plus

하이엔드 북쉘프조

사실, 3기종 모두 국내에서 명망이 높은 스피커들이다. 저마다 음의 촉감이나 음악을 대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달랐다. B&W '805 D3'는 음들을 술술 풀어내는 능력과 각 악기들의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능력이 빼어났다. 어디 흠잡을 데가 없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포칼의 '소프라 원'은 외모 그대로 화사하고 예쁘며 섬세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그러나 바로 이 장점 때문에 성형미인 같다는 인상을 시청 내내 지울 수 없었다. 하베스의 'HL5 Plus'는 의외로 자기 색깔이 강했는데 보컬이나 소편성 곡에서 최고의 자질을 보여줬다. 확실히 통울림을 이용한 인클로저에 승부수를 던진 스피커다. 필자의 선택은 종합점수가 높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805 D3'. 
B&W 805 D3 = 42Hz~28kHz, 88dB, 8옴, 12.6kg

셸비 린의 첫 음부터 매력적인 사운드를 뽐낸다. 음이 탄력적이고 쫄깃하며, 무대는 깊고 넓다. 음상이 선명하고 또렷하게 맺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대역밸런스가 잘 잡혔지만 그 중에서도 거침없이 뻗는 고역이 매력적. 음악을 찰지게, 맛깔스럽게 들려준다. 소니 롤린스의 재즈곡에서는 사운드스테이지와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북쉘프 스피커의 장점이 모두 드러난다. 음의 이탈감 또한 상당하다. 저역대도 청감상 부족함이 전혀 없다. 말러 6번에서는 스피커 뒤쪽으로 펼쳐지는 무대의 크기가 압권. 다이내믹스는 아쉬움이 전혀 없다. 볼륨과 청취공간만 받쳐주면 대형기 같은 소리를 들려줄 것 같다. 

포칼 Sopra No.1 = 45Hz~40kHz, 89dB, 8옴, 19kg

B&W에 비해 좀더 매끄럽고 화사하며 예쁜 소리를 들려준다. 음의 그늘이 없는 점도 인상적. 베릴륨 트위터 덕분에 확실히 중고역대 디테일이 뛰어난 스피커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재즈곡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 드럼 심벌 소리는 더 잘 들리지만, 지나치게 다듬은 듯한 소릿결이 못내 아쉬운 것이다. 에너지감도 약간 빠진 듯. 대편성곡에서도 너무 절제돼 있다는 인상. CNC로 연마한 듯한 음, 상쾌하고 경쾌한 음은 결국 말러 6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좀더 현대적인 소리와 디자인, 보다 디테일한 재생음를 원한다면, '805 D3' 대신 이 스피커를 선택할 애호가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베스 HL5 Plus = 40Hz~20kHz, 86dB, 6옴, 15.8kg

소위 말하는 궤짝형 인클로저에 3개 유닛(슈퍼트위터, 트위터, 중저역 드라이버)이 나란히 도열한 모습이 정말 정겹다. 이러한 자태와 분위기, 특유의 낭창낭창한 소릿결을 좋아하는 하베스 팬들이 주위에 많다. 셸비 린의 보컬곡에서는 음이 덤비지 않아 편안하고, 소니 롤린스의 재즈곡에서는 소릿결과 스테이지 모두 깨끗하다는 인상. 하지만 좀더 진하고 음의 무게가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말러 6번에서는 에너지감은 적당했지만 무대의 크기나 정교한 이미지는 앞의 두 스피커에 비해 약했다.

중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3종. 위부터Legend 40, Excite X38, Twenty5.24
중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3종. 위부터Legend 40, Excite X38, Twenty5.24

중급 플로어 스탠딩조

이 가격대 플로어 스탠딩은 북쉘프에 비해 대역폭이 넓다는 장점과 스탠드가 필요없다는 편의성이 돋보인다. 특히 이번 그룹에는 필자가 본격적으로 오디오 생활을 시작했을 때 처음 도입한 PMC 스피커가 있어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이 그룹에서 최고의 소리를 들려준 주인공은 시스템오디오의 'Legend 40'이었다. 아주 두드러지는 덕목은 없지만 종합점수가 3기종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음의 입자감이 고운데다 에너지감도 놓치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음들을 빠릿빠릿하게 들려줬다. 이에 비해 다인오디오의 'Excite X38'은 모나거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고, PMC 'Twenty5.24'는 단단한 저역 사운드가 일품. PMC의 경우 좀더 출력이 높은 앰프와 매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PMC Twenty5.24 = 27Hz~25kHz, 89dB, 8옴, 23kg

앰프밥을 많이 먹는다. 볼륨을 좀더 올려야 북쉘프 스피커들에서 들었던 음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저역 보강을 위해 인클로저 내부에 긴 터널(ATL)이 마련됐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보컬곡에서는 음의 밀도감과 중량감이 돋보이지만 정작 중역대 보컬이 묻힌다는 인상. 재즈곡은 예상 외로 풋워크가 경쾌하고 탄력적이다. 저역이 받쳐준 덕일 것이다. 말러 6번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제법 크게 등장하며 팀파니의 타격감도 도드라진다. 하지만 고역이 마음놓고 뻗지 못한다는 인상. 80W 출력 앰프와 매칭한 이번 비교 시청회에서 어쩌면 가장 큰 손해를 본 스피커인지도 모른다.

시스템오디오 Legend 40 = 30Hz~25kHz, 90dB, 8옴, 19.4kg

보컬곡에서 저역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게 나온다. 이게 동시에 가능할까 싶지만, 이는 비교적 직경이 작은 우퍼를 2발 투입한 결과로 보여진다. 덕분에 음상도 핀포인트로 정확히 맺힌다. 소릿결은 촉촉하며 셸비 린의 목소리가 어느 경우에도 묻히지 않는다. 재즈곡은 비로소 각 악기들이 조화를 이룬다는 인상. 호방하면서도 섬세하다. 그러나 앰프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면 궁합이 안맞을 것 같다. 오디오 매칭의 어려움이다. 말러 6번에서는 광활한 사운드스테이지와 함께 정교하고 예리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애매하거나 흐릿한 구석이 없다. 스피드와 탄력감도 만족스럽다. 

다인오디오 Excite X38 = 34Hz~23kHz, 88dB, 4옴, 23kg

두텁고 고소한 음이다. 아메리카노도 카페라떼도 아닌, 카라멜 마끼아또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는 투명하고 깨끗한 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양날의 칼일 수도 있다. 조화를 이룬 대역밸런스와 소프트한 음의 감촉도 장점. 재즈곡에서는 우퍼 2발이 전해주는 저역의 안정감과 양감이 만족스럽다. 쏘거나 따가운 소리가 아니다. 말러 6번에서는 그야말로 스케일 큰 무대를 선사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확실히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스피커이며 각 유닛을 빈틈 없이 컨트롤하고 있다. 때문에 오래 들어도 질리질 않을 그런 스피커다.

고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3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SR3 Avantgarde, SCM40 Ver.2, Response D48 R
고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3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SR3 Avantgarde, SCM40 Ver.2, Response D48 R

고급 플로어 스탠딩조

이번 9기종 스피커 비교시청에서 가장 많은 불꽃이 튀었던 그룹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피커는 유일한 밀폐형 타입인 ATC의 'SCM40 Ver.2'. 그 응집력과 탄력감이 정말 대단했다. 왜 국내에 ATC 마니아들이 많은지 실감나는 시청이었다. 오디오벡터의 'SR3 아방가르드'도 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빼어난 소리를 들려줬다. 개인적으로 이거다 싶은 전면 디자인은 아니지만 사운드만큼은 이번 9기종 중에서 가장 하이엔드에 가까웠다. 반복해서 들은 3곡의 몰입감도 최고였다. 9기종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프로악의 '리스폰스 D48 R'는 여유있고 편안한 사운드가 압권. 리본 트위터가 전해준 섬세한 고역대도 감칠맛이 났다. 

오디오벡터 SR3 Avantgarde = 26Hz~52kHz, 91.5dB, 8옴, 40kg

아, 앞에서 들은 중급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들보다 확실히 고급스럽고 윤택한 소리를 들려준다. 음에서 럭셔리한 맛이 넘쳐난다. 정교하고 치밀하며 곱고 매끄럽다. 고역은 AMT 트위터 덕분에 위로 쭉쭉 뻗는다. 셸비 린의 소소한 기척이 눈에 다 보이는 것처럼 디테일도 출중하다. 음의 여운을 끝까지 추적하는 모습에는 대놓고 감탄했다. 그러나 재즈곡에서는 기름기가 싹 빠진 색소폰 소리에 다소 당황했다. 대편성곡인 말러 6번 역시 선명하고 예리하게 뻗는 트위터가 다른 유닛들을 압도한다는 인상. 하지만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사운드이며 거의 모든 음들이 쑥쑥 빠져나온다. 아주 말쑥한 음들이다. 

ATC SCM40 Ver.2 = 48Hz~22kHz, 85dB, 8옴, 31kg

9기종 중 볼륨을 가장 많이 올려야 원하는 음량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감도가 85dB에 그치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들려준 소리는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저역은 밀폐형답게 단단하고 속이 꽉 찼으며, 잡티나 잡맛이 느껴지지 않는 적막한 배경도 출중했다. 외모와는 달리 경직되거나 딱딱한 소리가 아닌 점도 마음에 든다. 색소폰 음은 예상대로 윤곽선이 진했다. 의외인 것은 감도가 낮고 유닛이 3개나 달린 PMC 이 스피커를 80W의 ‘유니티 노바’가 너끈하게 울렸다는점. 네임과 PMC 궁합이 아주 좋은 것 같다. 말러 6번에서는 무대가 가장 힘차고 넓고, 들리는 음수가 가장 많았다.  

프로악 Response D48 R = 20Hz~30kHz, 90dB, 4옴, 39kg

풍성한 음수와 보드라운 촉감, 드넓은 스케일은 '넉넉함' 그 자체였다. 유닛의 존재감이 좋은 의미에서 안느껴지는 점도 마음에 든다. 유연하고 편안한 사운드다. 음색이 거칠지 않고 고운 점도 마음에 든다. ATC만큼이나 국내에 프로악 골수팬들이 많은 이유다. 재즈곡에서는 프로악 특유의 질감 가득하고 색채감이 진한 음들을 들려줬으며, 말러 6번에서는 고역대가 쑥쑥 거침없이 빠져나와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탁 트인 사운드, 리본 트위터가 열일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다음곡에서는 어떤 음을 들려줄까, 음악을 듣는 내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이 매력 또한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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