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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재판' 안희정 '무죄' 논란, 항소심까지 갈까

"가해자 중심 재판" 지적…검찰 이례적 비판도
안희정 소통하는 정치인?…"기계적인 해석"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8-08-21 05:00 송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이 '기울어진 재판'이라는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일 항소한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가 법리오해·사실오인·심리미진 3가지 이유를 든 것은 재판을 총체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1심 재판부가 철저히 '가해자 중심주의' 측면에서 재판을 심리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성범죄 사건임에도 피해자 진술에 대한 경청이나 공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 가해자 중심주의로 재판" 지적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피해자 김지은씨(33)의 진술을 믿기 어렵거나 일관성이 떨어지고, 위력이 행사된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며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가 '씻고 오라'고 말했을 때 성관계를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거부하지 않은 점, 안 전 지사에게 '담배 심부름'을 받고도 방문 앞에 담배를 두고 가지 않고 객실로 들어간 점 등 김씨의 행동을 판단하는 대목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답지 않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 세상 변호사는 이같은 재판부 판단에 대해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주의로 사건을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면서 "재판부는 현격한 업무상 위력 격차 상태에 놓인 피해자의 처지를 이해하지도, 그의 심리와 행동을 공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업무상 위력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의 시각에서 '진짜 피해자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만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업무상 위력 관계에 놓인 김씨에게 안 전 지사의 모든 행동은 굳이 겁을 주거나 폭력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위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이해하지 않고 일반적인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 사건처럼 피해자의 언행을 판단했다"고 꼬집었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현율 변호사도 "성범죄 재판인데도 재판부는 일반 형사재판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며 "재판부가 성감수성을 가지고 피해자의 진술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안희정 소통하는 정치인?…"기계적인 해석"

안 전 지사가 평소 '감사합니다' '~가요' '~줘요' 등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했고 코피를 흘리는 운전비서를 대신 운전하거나, 건의사항 수용을 위한 '무기명 토론방'을 운영한 모습을 토대로 그를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평가한 재판부의 판단도 비판받았다.

김 변호사는 "겉으로는 훌륭하고 멀쩡한 사람이 특정 사람만 겨냥해 성적 착취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판부는 단순히 안 전 지사의 보이는 행동만 보고 그를 '소통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며 "매우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접근"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대상에 따라)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라며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폭력적이고 문제가 많아 보여야 한다는 오류"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학습된 무기력' '심리적 얼어붙음' 상태에 빠졌을 수 있다는 심리분석 전문가의 감정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송 변호사는 "재판부가 다른 전문가의 보충 의견을 듣고 보다 세심하게 판단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찰 "법리·사실·심리 모두 잘못" 이례적 비판…논란 계속될 듯

검찰은 대법원 판례 5건을 근거로 들면서 "위력이 아닌 듯한 사안도 항소심과 대법원은 유죄로 인정했다"며 "반면 (안 전 지사 사건은) 위력으로 간음한 것이 명백히 인정되는데도 1심은 위력을 너무 좁게 해석했고, 이는 대법원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항소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1심은) 피해자로 보일 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한 것이 많다"고 분석하면서 "증거자료가 충분히 있음에도 피해자의 진술은 쉽게 배척하고 피고인 이야기는 그대로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심리 미진과 관련해 "애초 전문심리위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사람들은 안 전 지사 측에서 원했던 사람들로 전문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심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1심 재판 자체가 잘못됐다는 취지다. 검찰이 이처럼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항소 이유를 설명한 것도 이례적이다.

안 전 지사의 혐의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가려지게 됐지만 1심 판결을 둘러싼 여론과 법조계의 관심은 항소심 결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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