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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개업소 단속 강남·북 '온도차'…점검반 따돌리기 백태

용산·강남 중개사들, 상담 문의 잇따르자 영업 재개
강북 '여유' 속 "불똥 튈까" 예의 주시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18-08-21 07:00 송고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 News1 이승배 기자

"셔터 내릴 준비하세요. 동부이촌동에 단속반 떴다고 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용산역 인근 중개업소에서 상담을 진행하던 중 한 직원은 갑자기 문을 닫을 준비를 시작했다. 인근에 단속반이 등장했으니 이제 상담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궁금한 점은 전화로 하자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 불시 단속 보다 더 빠른 '정보 공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불시점검이 계속되자 중개업소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문을 열고 영업 중인 상황에서도 주변 단속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개사들만 접속하는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중이다. 단속 정보가 나오면 순식간에 문을 닫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용산과 여의도다. 이 지역 중개사들에 따르면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투자 상담에 대한 문의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의 '통 개발' 발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개발 청사진을 제시함에 따라 자산가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매매가격은 0.32% 상승해 6월보다 0.9%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용산은 0.5% 올라 서울 평균을 훌쩍 넘어섰다. 뜨거워진 시장 반응에 중개사들도 고객 응대 차원에서라도 마냥 문을 닫고 쉬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용산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전화로 상담을 받겠다고 예약까지 하고 있다"며 "일단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중개사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방법도 이미 학습이 되어 있는 듯 했다. 점검반 등장은 연례행사로 새삼스럽지 않다고도 했다. 이를테면 퇴근시간 이후에 문을 열고 상담을 진행한다. 고객들도 늦은 시간 중개업소 방문이 수월해 거부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손님들에게 주중 저녁시간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며 "낮에도 불을 끄고 방에서 상담을 받으면 단속에 걸릴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 힐스테이트 7차 전경© News1
서울 은평구 북한산 힐스테이트 7차 전경© News1

◇상대적으로 '느긋한' 강북…집값 상승 서울 전역 확대에 '촉각'

반면 노원구와 은평구 등 강북에선 정부 단속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정부가 강남 등 집값 과열이 계속되는 지역에 단속을 집중하고 있는 탓이다.

노원구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에 점검단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강남 확인하기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강북까지 찾겠느냐"고 전했다.

이 지역 중개사들이 느긋해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일단은 불법이 뿌리내릴 수 없는 환경을 꼽는다. 중개사들에 따르면 일반 주택 매매를 위주로 하는 지역에선 불법 계약서 작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강북에선 절대적인 시세가 낮아 업다운 신고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집주인들이 얻는 실익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당장 수익을 내려고 불법 거래를 한다면 불편한 마음이 계속된다"며 "정부가 마음만 먹고 적발한다면 다운계약서 작성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정부 단속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봤다.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2018년 8월2주(13일 기준) 전국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집값은 한 주간 0.18% 올라 상승폭이 전주와 동일했다. 매수문의 증가와 비교하면 집값 상승세는 일단 멈춘 셈이다.

업계에서도 정부 단속으로 중개업소 상당수가 영업을 중단해 거래 자체가 줄어든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분양권을 취급하는 중개업소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는게 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당첨자 발표 이후 전매제한 전 웃돈이 붙은 분양권 거래가 단속의 표적이 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영업중단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권은 전매제한 전에 손바뀜이 여러번 진행되면 줄줄이 단속 대상이 된다"며 "분양권 신고가 합법화되기 전까진 몸을 사리는 것이 낫다"고 했다.

다만 마음 편히 영업에 매진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최근 서울 집값이 강북까지 전방위적으로 상승세 조짐을 보이면서 단속의 불똥이 언제든 강북권으로까지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평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변 몇몇이 문을 닫으면 서로 눈치 보느라 죄다 영업을 중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중개사들도 지역 카르텔이 있어 독단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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