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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항소심 쟁점은…檢, 진술 신빙성 입증 주력할 듯

"위력행사 판단은 법리 해석 문제"…대법까지 갈 수도
미투 운동 향방은…'업무상 위력' 첫 대법 판례 나올까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8-08-19 07:00 송고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2018.8.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2018.8.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53) 재판의 항소심을 준비하는 검찰의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114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분석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이르면 20일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검찰이 핵심 쟁점인 '위력 행사'와 '진술 신빙성' 중 후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항소심 전략을 짤 것으로 전망한다.

두 사람의 내밀한 사적 공간에서 행사된 위력의 흔적을 찾기보다 김지은씨(33)의 진술 신빙성을 담보하는 증거를 보충하는 것이 항소심 승부에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검찰이 사실심인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를 다툰 후,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위력'에 대한 폭넓은 법리해석을 끌어내는 장기전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항소심에선 '진술 신빙성' 입증 주력할 듯

검찰의 최우선 과제는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김씨의 진술을 항소심 재판부가 신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다. 사법부는 목격자나 물적 증거가 마땅치 않은 성범죄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진술에 큰 비중을 둔다. 1심 재판부도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이며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믿을 만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씨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을 안 전 지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대부분 삭제된 점, 다른 증인들과의 진술·증언이 불일치하는 점, 간음 후에도 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이 근거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처음 간음을 당하고 몇 시간 뒤 피고인이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으려 애쓰거나 피해 당일 피고인과 와인바에 갔다"며 "또 굳이 가식의 태도를 취할 필요가 없는 지인과의 대화에서도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 사건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상화원 사건에서도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처인 민주원씨의 증언이 상대적으로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며 안 전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들은 "항소심에서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는 김씨의 진술 신빙성 강화에 무게를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사실심'이기 때문에 법리를 다투기보다 1심 재판부가 배척한 검찰의 증거를 관철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항소심은 법리를 새로 개발하는 것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현격한 권력관계와, 이 관계 속에서 나타난 앞뒤행위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왜 피해자가 저항을 포기했는지를 설명하는 철저한 심리분석이 필요하다"며 "첫 간음 이후 피해자가 '저항을 포기'했고 그 후 피해가 반복됐다면, 이를 입증하는 증거를 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현율 변호사도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강화하는 증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검찰이 항소심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위력 행사'는 법리해석 문제…새 판단기준 나올까

두 번째 쟁점인 '위력의 행사' 여부는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주요하게 다퉈질 가능성이 높다.

법률심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심리·판결하지 않고 이전 재판의 법리해석이 제대로 된 것인지만 판단하는 재판이다.

전문가들은 '위력의 행사'는 증거로서 입증하기보다 법리 해석에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상 위력은 입증보다는 해석의 문제"라며 "위력의 행사에 대한 증거를 보충하는 것보다 대법원에서 '위력'에 대한 폭넓은 법리해석을 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 부연구위원도 "무형의 위력행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는 법원의 소관"이라며 "검찰은 법원이 업무상 위력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만들도록 '무형의 위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행사되는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1심 재판부는 위력이 행사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도 '위력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다. 안 전 지사에게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서 다루는 '위력'이라고 볼 만한 지위와 권세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가 김씨의 진술을 믿도록 만들고, 이를 토대로 대법원에서 '업무상 위력'을 넓게 인정하는 법리해석을 끌어내는 장기전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대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준다면 '업무상 위력'의 행사 범위를 판단한 최초의 판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성인 간 위력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한 건 밖에 없다. 그마저도 물리력 행사에 의한 준강간 사건이었다.

최고 상급심인 대법원의 판례는 이후 동종 범죄를 다루는 하급심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안 전 지사의 재판이 향후 미투 운동의 향방을 좌우할 '미투 1호 판결'이라 불리는 이유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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