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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형님이 저를 찾네요…70년 만에 만나러 갑니다"

이산가족 장구봉씨, 상봉 기대에 잠 설쳐…청심환 준비도

(속초=뉴스1) 고재교 기자 | 2018-08-18 13:50 송고 | 2018-08-18 14:56 최종수정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인 장구봉씨(82·오른쪽)가 지난 17일 강원도 속초시 개인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 도중 형 장운봉(86)씨 사진을 보이고 있다. © News1 고재교 기자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인 장구봉씨(82·오른쪽)가 지난 17일 강원도 속초시 개인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 도중 형 장운봉(86)씨 사진을 보이고 있다. © News1 고재교 기자

"어떻게 생겼을까. 가족이 어떻게 될까. 여러 가지로 궁금한 점이 많아요. 이것 저것 생각하다보면 밤잠을 설칩니다."

지난 17일 강원도 속초시에서 뉴스1과 만난 장구봉씨(82·속초)는 다가오는 24일이면 꿈에만 그리던 형인 장운봉씨(86)와 헤어진 지 7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형의 신청으로 이번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하루하루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장씨는 1950년 당시 북한 땅이었던 양양군 속초읍 논산리, 현재 속초시 조양동에서 살았다. 통신시설이 없다보니 전쟁이 발발한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인천상륙작전으로 북진하는 군대를 피해 17살이었던 형은 "며칠만 갔다 내려오겠다"는 한마디만 남긴 채 어머니와 13살이었던 동생을 두고 중학교 담임 선생님을 따라 북으로 피난했다. 

1·4 후퇴 때 동네사람들이 돌아왔지만 형과 담임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비행기가 피난행렬을 공습하면서 죽었을 거라고 전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남북통일을 난 못보고 죽지만 혹시나 통일이 되고 살아있다면 연락이 올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장씨는 회상했다. 벌써 20년이 흘렀다. 

그는 "통일되기 전 연락이 왔으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몽롱하기까지 하다"며 "다만 어머니와 함께 만나지 못하는 게 많이 안타깝다"고 했다.

적십자로부터 북에 가져갈 수 있는 선물 무게가 30㎏에서 20㎏으로 줄었다는 말에 준비했던 방한복, 화상품, 상비약 등을 최대한 가방에 꾹꾹 눌러 담았다. 혹시 모를 조카를 위해 크레파스, 색연필, 볼펜까지 챙겼다.

장 할아버지는 "형님 건강을 위해 2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의 인삼엑기스와 전자 배터리가 필요 없는 오토매틱 시계도 준비했다"며 꼼꼼하게 신경 썼다. 

그의 아내 김명자씨(78)는 상봉하는 날 흥분하지 말라고 청심환도 준비했다. 

김씨는 "바깥 양반이 정신이 좋은데 형님을 만날 생각에만 몰두하니까 면도칼을 산다고 마트에 간다는 게 양양 고속도로까지 갔다"며 "그래서 한참을 돌아온 적도 있다"고 일화를 꺼냈다. 

장 할아버지는 형님을 만나면 함께 사진도 찍고 물어볼게 많다. 그는 "너무 흥분해서 울고불고 하다보면 할 말도 못하고 온다고 들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며 만남을 기대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22일 1회차로 우리측 방문단 89가족이 북측가족과 상봉한다. 24~26일 2회차 땐 북측 방문단 83가족이 우리측 가족과 만난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인 장구봉씨(82)가 지난 17일 강원도 속초시 개인 사무실에서 달력을 보며 북한에 있는 형을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8.8.17/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인 장구봉씨(82)가 지난 17일 강원도 속초시 개인 사무실에서 달력을 보며 북한에 있는 형을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8.8.17/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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