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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제가 방금 무슨 이야기를 했죠?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18-08-10 14:13 송고 | 2018-08-10 14:24 최종수정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News1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당시 연세가 50 중반 정도였던 연구소장님이 세미나에서 토론을 할 때였습니다. 한창 열띤 토론을 하시다가 갑자기 2~3초간 조용히 침묵. 그리고는 옆 사람에게 “제가 방금 무슨 얘기를 했죠?”라고 물어보시는 거였습니다. 마이크가 켜져 있어서 청중들도 듣게 되어 한바탕 웃었습니다만, 그 때 이해 못했던 일이 이제 저에게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화제가 바뀌다 보면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리곤 합니다.

나이가 들면 신체 노화와 함께 여러 가지 변화가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노화에 대해 분개하시는 분이 있지만 소용 없습니다. 갑자기 사람 이름이 안 떠오른다고 자기 머리를 때리고 한탄해 봐야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합니다. 적응을 해야 합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을 개척한 스키너(B.F. Skinner) 박사가 이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이시형 평역) 인데요, 이 책은 괴짜 심리학자가 말년에 쓴 ‘행복한 노후를 위한 매뉴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키너 박사는 사람을 원하는 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행동주의 태도로 인해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러시아 학자 파블로프가 개에게 ‘딸랑딸랑’ 소리 내고 밥을 주는 것을 반복하다 나중에 ‘딸랑딸랑’만 해도 침을 흘리게 변화시킨 것처럼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했으니 20세기 초에 오죽 비난을 받았겠습니까. 하지만 그가 노년의 사람들에게 던져 주는 행동 지침은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스키너 박사는, 노년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런 ‘불완전성이 최소한의 문제를 일으키는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력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65세를 넘기면 절반 넘는 사람이 시력이 뚜렷하게 감퇴하는 현상을 겪습니다. 스키너 박사는 여기에 다음과 같이 대응하라고 합니다. 거실 스탠드에 커다란 렌즈를 달아 물체를 크게 볼 수 있게 하고, 지갑이나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접이형 돋보기를 마련해서 휴대하라고 합니다.

저는 아내에게 돋보기를 여러 개 마련해서 가방 안에, 차 안에, 책상 위에, 거실에 모두 놓아두라고 합니다. 돋보기는 근시 안경처럼 항상 쓰는 게 아니라 가까운 것 볼 때만 필요하므로 손 닿는 여러 곳에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돋보기가 없을 때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화면을 손가락으로 확대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레스토랑은 조명이 껌껌해서 가뜩이나 안 보이는 글씨가 더 안 보입니다. 이 때는 주머니나 지갑에 작은 손전등을 두었다가 쓰면 됩니다. 그리고, 얇아서 잘 깨지거나 밑이 좁은 물잔을 치우고 밑이 넓고 튼튼한 물잔으로 바꾸라고 충고합니다. 시력이 불완전해졌지만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들입니다.

그러면, 대화를 하다 깜박 잊어버릴 때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이 들면 사람들은 너무도 잘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숨겨 놓은 위치를 적은 비밀 지도를 그려 놓고는 숨겨 놓은 사실마저 까먹기 일쑤라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막상 생각이 나지 않는 때도 많습니다. 요즘 동창회에 나가 보면 친구들이 경쟁하듯이 상대방 말을 끊고 들어가 자기 할 말을 하려고 합니다. 너무 무례하게 보지 마십시오. 지금 이야기를 안 하면 까먹어버려서 그렇습니다. 상대방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자신이 할 이야기만 반복해서 되새기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할 말을 까먹을 까봐 걱정될 때 대처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하려는 말을 혼자 계속 되풀이합니다.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기 보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할 말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깐 상대방 이야기에 집중했다가 자신이 머릿속에서 반복하던 말을 까맣게 까먹기도 합니다. 완벽한 방법이 아닙니다.

두 번째 방법은 연장자의 특권을 내세워 생각났을 때 다른 사람이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말을 해버리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연장자일 때는 삼가야 할 방법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반복되면 무례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 있으니 가끔 써야 할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첩, 냅킨, 혹은 메모지에 메모를 해두는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무례를 범하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느낌도 주어 일석이조입니다. 뇌의 메모리에 문제가 생겨서 외장 메모리인 메모지를 준비한 셈입니다. 펜이 항상 있어야 하니 유의하십시오. 참고로, 저는 이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쓰고 있습니다.

자연은 저항이 가장 작은 길을 택합니다. 빛이 물을 통과할 때 굴절하는 방향을 보십시오. 저항이 작은 공기 있는 곳을 더 많이 이동하고 저항이 큰 물 속은 짧게 이동합니다. 직선으로 통과할 때보다 전체 이동 거리가 더 길어집니다만 이동 시간은 최소화됩니다.

노후에는 곳곳에서 불완전함이 생깁니다. 마찰이 커진 셈이죠. 이럴 때는 저항을 최소화하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대화할 때 까먹는 것보다 메모를 해 두는 게 불완전함이 야기하는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법인 거죠. 혹시 구체적인 내용들이 궁금하시면 스키너 박사의 책을 참조하십시오. 원래 제목은 '노년을 즐기기 위한 실천 가이드'입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