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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발묶인 화상투약기…"약사라서 만들었습니다"

[벤처탐방] 약사출신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8-08-10 07:30 송고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가 <뉴스1>과 인터뷰에서 화상투약기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속쓰림 증상에 먹는 위장약 '겔포스'를 편의점에서 파는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국민들이 즐겨찾는 가정상비약을 편하게 사면 좋은 일인데, 최근 약사 3000여명이 국민안전이 우려된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약국과 잡화점을 합친 소매업체 드러그스토어(Drugstore) 약 2만개가 성업중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좋은 동전파스 등 각종 가정상비약 수백, 수천종을 이곳에서 판다. 안전만큼은 타협이 없는 일본이지만 국민편의를 위해 일찌감치 가정상비약 문턱을 낮췄다.

10일 <뉴스1>과 만난 박인술 쓰리알코리아(3RKorea) 대표(55)는 국내 최초로 화상투약기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그는 약사 출신이다. 박인술 대표는 "30여년동안 약국을 운영했고 늦은 밤 약을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며 "약사로서 약국을 지키고 환자들 불편을 줄일 방안으로 화상투약기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진지했던 박 대표의 표정이 한층 밝아진 것은 기자에게 화상투약기 작동원리를 설명해줄 때였다. 화상투약기는 약사가 영상통화를 한 환자에게 원격제어로 일반약을 골라주는 장비다. 아르바이트생이 약을 파는 편의점보다 훨씬 안전한 시스템이다. 약국은 저녁에 문을 닫지만 화상투약기는 24시간 운영한다. 판매하는 상비약 종류도 소염진통제와 소화제 등 60여종에 이른다. 화상투약기는 약을 살 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만 결제해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에게 어떤 약을 전달했는지 자료가 다 남고 이중삼중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박 대표가 자비로 화상투약기를 개발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비를 개발해줄 업체를 찾아다니고 설득하는데 1년 넘게 걸렸다. 국내에 없는 장비다보니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013년 2대의 견본품이 나왔다. 같은 해 인천시 부평구 한 약국에서 2개월동안 시범운영했다. 심야에도 약사가 약을 골라줘 든든하다는 환자들 호평이 쏟아졌다. 그런데 시범사업은 2개월만에 중단됐다. 약사들 반대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약사들로부터 "매국노" 소리까지 들었다. 그렇게 국내 첫 화상투약기는 5년째 발이 묶여있다.

박인술 쓰리알 코리아 대표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화상투약기는 약사만 운영할 수 있고 환자들은 전문가 도움을 받아 심야에 약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장비"라고 소개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박 대표는 "겔포스 편의점 판매가 사회문제로 비화된 것은 직능을 위협받고 있다는 약사들의 위기감 때문"이라며 "화상투약기는 약사만 운영할 수 있고 환자들은 전문가 도움을 받아 심야에 약을 안전하게 살 수 있어 사회갈등 요소가 적은 장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사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개발한 화상투약기가 약사단체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나도 약사지만 국민편의를 생각해 약사단체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장되다시피 했던 화상투약기는 2016년 신산업투자위원회가 규제완화 대상으로 선정돼 기사회생했다. 보건복지부도 약국 앞에 화상투약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대표가 국회와 정부기관 수십 곳을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가 호소한 결과다.

가까스로 화상투약기가 세상에 알려졌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약사들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화상투약기 법안심사에 미온적이다. 중국보다 앞섰던 화상투약기 기술이 이제는 뒤처질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도 박 대표는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작심한 듯 "꼭 화상투약기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약을 사도록 약사들이 앞장서면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