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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펀드 거부가 하버드공대에 거액 쾌척한 이유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8-07-17 18:50 송고 | 2018-07-19 10:56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미국 하버드대학교에는 공대가 없다고 아는 사람들도 있고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하버드 공대라고 아는 경우도 있다. MIT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겠다. 왜냐하면 MIT는 9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종합대학교이고 이름과 달리 경영대학, 인문학부, 사회과학부도 있으며 최근 QS랭킹에서 스탠퍼드와 하버드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는 부분적으로는 두 학교가 지리적으로 거의 붙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다.

"하버드에 공대가 있나?"라는 질문은 하버드 공대 스스로도 홈페이지에서 언급하고 있을 정도다. 답: 하버드에도 공대가 있다. 다만 대학 전체에 비해 아직 존재감이 작다. 정식 명칭은 ‘존 폴슨 공학 및 응용과학대학’이다. 2007년에 출범했다. 응용수학과 응용물리학을 포함해서 9개 과가 있다. 공대 홈페이지에는 빌 게이츠와 저커버그가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하버드 공대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이 다소 자랑스럽게 올라 있다.  

공대 이름이 ‘존 폴슨’ 공대인 이유는 2015년에 하버드 경영대 졸업생인 폴슨이 4억 달러라는 거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이 액수는 하버드 역사상 최고 기부금액이다. 폴슨은 헤지펀드 경영자다.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하버드 공대는 이전에는 단과대학이 아닌 학부 규모였다. 1847년에 설립되었던 ‘로렌스 과학학부’다. MIT가 1861에 설립되었으니 하버드가 공대 역사에서도 다소 앞서는 셈이다.

하버드에서 공대가 덜 발전한 것은 엘리엇 총장(1869~1909년 재직)이 공학이 지나치게 실용적인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데 기인한다. 화학교수 출신 총장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으로는 좀 이상하다. 엘리엇은 응용분야와 기초분야는 양자 다 중요하지만 양립할 수 없으며 합쳐지면 둘 다 오염된다고 생각했다. ”응용과학부는 대학교의 미운 오리새끼가 될 수 있다“고 까지 했다. 엘리엇의 바로 이런 생각이 엘리엇을 하버드 총장으로 만들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1886년에는 학생 수가 14명으로까지 줄어 공학부는 황폐해졌다. 엘리엇은 1904년에 학부를 MIT에 넘기려고까지 했다. 1914년에 재차 MIT와의 합병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하버드 교수들 일부가 MIT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연구기자재들이 MIT로 옮겨지기도 했다. 두 학교의 이사회는 합병안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그러자 로렌스 과학학부에 큰 재산을 기부한 매케이 패밀리가 하버드와 MIT와의 합병은 기부자의 의사와 합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에 유언장 해석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매사추세츠 주 대법원은 기술학교에는 대학의 일반적인 문화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기부자가 애당초 MIT가 아닌 하버드에 기부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매케이 패밀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버드와 MIT는 기부금을 60:40으로 나누어 가지려고 했었다.

이 판결로 하버드는 1919년에 공대를 다시 열고 매케이 패밀리의 기부를 받기로 했다. 이 기부금은 1949년에 들어왔는데 총액이 1500만 달러로 당시 가장 큰 기부금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에 공대는 다시 인문사회과학대학의 일부로 재편성 되었다. 그래서 공대는 2007년까지 인문사회과학대학 내에 설치되어 있었다.

하버드 공대는 컴퓨터 공학이 중심이다. 그런데 하버드의 경쟁상대는 MIT나 스탠퍼드라기보다 중국의 칭화대다. 컴퓨터 공학은 US뉴스 랭킹에서 칭화대가 세계 1위다.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3위, 국립싱가포르대가 5위다. 스탠퍼드가 6위. 이미 두 사람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칭화대는 화공과를 나온 시진핑 주석과 수력공학을 전공한 후진타오 전 주석의 모교라서 크게 발전했다고도 한다. 예산도 4조 원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다. 하버드는 5조 원이다. 2015년에는 탁월한 연구실적으로 US뉴스가 칭화대 공대를 세계 최고의 공대로 선정했었다.

폴슨이 하버드에 거액을 기부하자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 않고 350억 달러나 되는 기금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학교에 왜 거액을 기부하느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나 폴슨은 지난 약 400년간 성공적으로 발전해 온 하버드에서는 공학이 혁신을 위한 다음 프런티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대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폴슨이 미국의 중국과의 혁신 경쟁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폴슨의 말에는 우리 대학들도 명심해야 할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erk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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