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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한 명에 환자 70명…조현병 수형자, 관리가 안된다

치료감호소 공주 1곳뿐…근무여건 열악 퇴사 잦아
"시설·인력 확충…정신과 문턱 낮추는 노력 절실"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8-07-18 06:0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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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이요? 이곳에선 생각하지도 못할 이야기에요."

재판에서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수형자들을 치료하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한 의사의 하소연이다. 전문 치료감호소는 국내에 단 하나 뿐이다. 하지만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의사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최근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에 의한 범죄가 잦아지면서 이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에서 어머니를 목졸라 죽인 30대 남성, 같은날 경북 영양에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40대 남성 모두 조현병 환자로 밝혀지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경우 재범률이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통계를 살펴보면 정신질환자가 같은 종류의 범죄를 다시 저지른 경우는 27~31% 정도로, 전체 범죄의 재범률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 범죄의 재범률 역시 9~15% 정도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조현병 수형자의 관리는 재범 방지에 큰 비중을 두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는 정신병력이 있는 범죄자들이 치료 감호를 선고받은 뒤 가게 되는 치료감호소가 단 한 곳이다.

공주치료감호소의 이대보 일반정신과장은 "상시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특히 의사가 매우 부족한 편"이라면서 "정신과의 경우 일본에서는 의사 1명당 8명, 독일은 20명의 환자를 관리하게 돼 있지만, 우리는 전문의가 9명뿐이다. 의사 한 명이 평균 70명의 환자를 관리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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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현병 환자의 경우 꾸준하게 약물 치료만 잘 받아줘도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의사와의 상담 등 보다 세밀한 관리까지 이어지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치료감호소 측의 설명이다.

근무 여건 역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지방으로 내려와 일을 해야 하는 데다 치료 도중 환자들이 의사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얽히는 일도 잦다.

이 과장은 "보수 등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민간병원에서 일하겠지만, 대부분은 사명감 때문에 이곳에 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워낙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평균적으로 4~5년 정도가 지나면 퇴사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전문 치료 감호소를 하루 빨리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는 "전문치료감호소가 단 한 곳 뿐인 상황에서 의사들은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재범률이 높은 것을 비단 치료감호소의 '관리 부실'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과장도 "수도권을 시작으로 해서 전국 각지에 치료감호소가 만들어진다면 치료·관리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의사 수급 역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현병, 나아가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홍보이사는 "사실 정신질환 환자가 약 잘 먹고, 병원만 잘 다녀도 큰 문제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치료받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정신병'이라는 것을 거부하고 주변에서도 곱게 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면서 "외래를 의무적으로 다니게 하거나 병원에서 직접 사례를 관리하는 등 보다 촘촘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 역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신병'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각 시도 차원에서 정신건강 증진센터 등의 인력을 확충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홍보도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질병 초기에 병원을 오게끔 유도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정신질환자들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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