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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긴급조치 재판 개입 정황"…사법농단 문건

"대법판례 깬 1심 뒤집으려 패스트트랙 방안 추진"
檢, 재판장 김기영 판사도 소환…인사불이익 확인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2018-07-12 17:15 송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8.7.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유신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 판례를 깨고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일종의 '패스트트랙'을 강구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당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의 소환조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응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조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정희 정권이 발동한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일선 판사에 대한 징계를 검토했다는 법원 자체조사 결과와 관련해 이뤄진 것이다.

이 의원은 당시 변호사로 송모씨 등 긴급조치 제9호 피해자 16명의 소송을 대리했고, 2015년 9월11일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의원은 "특정 사건을 향해 고위법관들에게 지침이 하달되고 계획이 세워지고, 모든 게 박근혜정권이란 피라미드의 꼭지점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며 "저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선 신속하게 처리돼 패소했다. 그렇게 기일을 짧게 진행한 것과 어떤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관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2·3심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패스트트랙'과 유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예규를 발굴하는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을 만들었다.

해당 문건엔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하급심의 판결을 신속하게 교정해 다른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1심 판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지금은 긴급조치 및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에 국한되지만, 향후 동성혼·복지문제·경제문제·난민문제 등 소수자 보호가 필요한 여러 영역까지 확대될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의원은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위해 숙고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 법원 독립성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법원 발전을 방해하기 위한 문건이 작성돼 있었다"며 "무엇보다 현재도 재판하고 있는 분들이 관여돼 있다. 이 사건 수사를 방해할 수도 있는 직위에 있는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문건이 사법부 '윗선'을 통해 실제 실행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판사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면 2심이든 3심이든 다시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을 했다"며 "판사가 소신있게 판결하고 여론의 관심을 받는 사건에 대해, 이유없음이 명백하다고 심리불속행한다는 건 모욕준 것에 다름아니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상고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도 문건이 이 판결을 염두하고 작성됐다. 관여할 수 있는 행정처 모든 기관이 다 (작성에) 관여돼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또 이 의원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에서 대법원 판례를 깬 1심 판결을 내려 징계가 추진됐던 김기영 부장판사도 최근 소환조사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를 받으며 "1심 판결을 작성하기로 하며 고등부장판사 승진을 포기했다"면서 인사배제 의혹과 함께 본인이 학회장으로 있던 특허학회에서 학회 구성원들의 수임사건 조사 등 불이익 조치 움직임이 보이자 회장직을 사임했다는 등 구체적 인사불이익 사례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여러 사건에 대한 항간의 보도를 보며 연일 놀랐는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여러 문건을 보니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며 "무엇보다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아야 할 법원, 고위 법관에 의해 자행됐단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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