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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서울대 총장 재선출을 위한 제언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8-07-10 12:53 송고 | 2018-07-11 11:45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오는 20일에 취임할 예정이었던 서울대학교 총장 후보가 자진사퇴했다. 일이 이렇게 된 데 대해서는 나를 포함한 서울대 교수들 전체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급한 문제를 서둘러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총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것이다. 총장 없이도 교육과 연구는 계속될 것이고 3만 2천명, 8천억원 살림살이는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갈 길이 먼 서울대의 개혁과 혁신은 늦어진다.

서울대 이사회는 지난달 18일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최종 추천한 3인의 후보들 중 1인을 총장후보로 선정하는 의안을 놓고 심의한 후에 이번에 사퇴한 후보를 최종후보로 선정하기로 결의했다. 선정된 후보는 총추위 평가에서 1위를 했었다.

일단 이 결의는 절차상의 흠이 있거나 그 내용이 위법 또는 현저히 불공정해서 효력을 의심받을 만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후보의 사퇴 이유가 된 성희롱, 성추행, 논문표절 등의 문제들이 이사회에서 모두 거론되었고 조사 자료와 함께 논의되고 토의된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사퇴한 후보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그 후보를 선정하기로 결의한 것은 이사회의 권한 내에 있는 행위였다. 이사들이 사후적으로 학교 안팎의 비난을 받고 결과가 이렇게 된 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사회는 지난 총장 선거에서 평가 2위로 추천된 후보를 최종 선정한 후에 쏟아졌던 비난도 있고 해서 고심을 거듭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8:7이라는 표결이 그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사회가 최종 선정한 후보가 자신 사퇴의 형식으로 그 지위를 포기했기 때문에 이제 이사회가 선정한 후보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선정된 후보가 선정 결의 후에 유고된 경우와 같이 취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가 다시 결의를 해서 총장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까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현재의 이사들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이사회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할 일도 아니고 아무도 할 주체가 없다. 사실 지난 번 이사회 결의의 ‘대세적 효력’도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대통령에 대한 교육부의 제청조차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이사회가 선정했더라도 교육부나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후보가 낙마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이 지난번 이사회 심의 대상이었던 3인 중 다른 2인을 대상으로 다시 결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채택해야 할 것인지다.

2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은 다른 방식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점을 든다. 재선거를 하더라도 후보군이 동일할 것이고 검증 외에 후보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인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게 되고 운영 조직이 안정되지 못하면 학교가 잘 돌아가기 어렵다.

여기에 대해 반론이 있다. 총추위부터 다시 구성하고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사퇴 후보가 없었다면 후보 간에 지지가 재분포되고 평가 순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표심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평가를 기초로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1년이 걸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학교 거버넌스 전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자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서울대 구성원들의 총의로 결정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를 세련되게 해결하지 못하면 서울대는 한층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것이다. 서울대가 국민들의 신뢰를 더 상실하면 재정 등 모든 면에서 외부 지원이 줄어들 것이다.

처음부터가 아니고 총추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번 안건은 총추위에서 추천한 3인의 후보 중에서 최종후보를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조건 없이 종국적으로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졌으므로 일련의 프로세스가 비가역적으로 종결된 것이다. 이사회가 2인 중에서 선정하자는 안은 총추위 추천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총추위가 다시 3인을 이사회에 추천하는 방법이 무난하다. 

총추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동의하지만 그렇게 하면 평가 주체가 변동되기 때문에  모든 절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총추위를 새로 구성할 것인지가 사실상 핵심적인 결정이다.

그런데 지금 가장 어려운 문제는 새 총장을 뽑는 프로세스 합의를 이끌어 내고 그 동안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논의할 마땅한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의 상시적인 업무는 부총장과 어쩔 수 없이 자리를 계속 지키게 된 보직자들이 담당하고 총장 선출 문제는 별도의 위원회가 다루는 것이 맞아 보인다. 부총장 이하 현재의 보직자들에게는 통상적인 업무 수행 외의 수권은 없다고 본다.  

이번 사태 중에 문제 후보자에 대한 비난 못지 않게 서울대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많았던 것을 잊으면 안된다. 수재들이 모이면 종종 바보짓을 한다고 서울대는 학교 안팎의 이해를 조율하는데 실패해서 대학입시를 연상시킬 만큼 복잡한 간선제도를 만들었고 여기서 정치가 ‘균형가격’의 형성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총장 선출이 고도로 정치화되어 버렸다는 것을 학교 안에서는 다 안다. 이번 사태가 잘 수습되고 학교가 정상화 되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직선제로의 회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erk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