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ITㆍ과학

"창업기업 20개 망하고나니 안망하는 법 알겠더라"

[뉴스1초대석] 대안대학을 꿈꾸는 투썬캠퍼스 이종현 대표

(서울=뉴스1) 대담=윤미경 부국장 | 2018-07-09 07:40 송고 | 2018-07-09 20:28 최종수정
이종현 투썬캠퍼스 대표는 "앞으로 일자리는 지금은 없는 새로운 산업에서 나온다"며 "이런 산업을 키우려면 상상력을 기업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News1 이재명 기자

2014년 벤처기업가 벤 넬슨이 문을 연 혁신대학 '미네르바스쿨'에서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온라인 토론식 수업으로 창의적·비판적·융합적 사고를 키우는 데만 힘을 쏟는다. 교육 목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도 어울리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번듯한 강의실 하나 없는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매학기 전세계에서 2만명 넘는 인재들이 몰린다. 합격률은 1%대로, 하버드나 예일 같은 아이비리그 명문대보다 들어가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9일 경기 성남시 판교 투썬월드빌딩에서 <뉴스1>과 만난 이종현 투썬캠퍼스 대표는 "앞으로 모든 일자리는 지금은 없는 산업에서 나온다"며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인재 10%만 대안 대학교로 와도 이들이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벤 넬슨과 같은 벤처기업가 출신인 그는 '한국판 미네르바스쿨'을 만들기 위해 지난 7년 동안 스스로 수많은 자금과 시간을 쏟아냈다. 여전히 대학입시와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려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도 미네르바스쿨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 "무조건 창업? 제대로 준비해야 성공한다"

이 대표는 1999년까지 10년간 한국기술금융(현 KDB캐피탈) 등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VC)로 활동하다 2000년 액토즈소프트 대표로 취임해 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며 국내 대표 게임회사로 성장한 액토즈소프트를 2004년 중국 샨다에 매각해 7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두며 화려하게 '엑시트'한 것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아쉬움이 많았지만 집안 사정으로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어 회사를 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7년을 재야에 묻혀있다가 그는 2011년 창업전문 육성기관 투썬캠퍼스를 설립하면서 세상으로 나왔다. 투썬캠퍼스는 창업교육과 실전창업, 스타트업 보육, 벤처투자까지 연계한 새로운 개념의 창업교육기업이다. 창업기업을 직접 키워가면서 '상상력을 기업화하는 공식'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게 그의 목표였다. 이 대표는 "VC로 10년을 활동하고 벤처기업도 운영하면서 국내엔 제대로 된 창업시스템이 없다고 느꼈다"며 "어쩌다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실패율이 높고, 한번 실패하면 이에 따른 피해도 크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자금만 지원해주고 알아서 커보라는 식으론 창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었다. 제대로 된 '창업 방정식'을 만들어 보고자 투썬캠퍼스를 꾸렸지만, 성공한 벤처 전문가에게도 창업은 어려운 숙제였다. 이 대표는 "처음 5년 동안 사업을 함께 기획하고 자비를 털어 투자한 20여개 회사가 몽땅 망했다"고 말했다. 절치부심 끝에 2015년 120명에 달하던 스텝을 30명으로 줄이고 다시 처음부터 체계를 점검했다고 한다. 그 결과 최근 2년 내에 만든 10여개 기업들은 90% 이상의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젠 초기단계를 넘어 스스로 성장하는 단계에 오른 기업들도 꽤 있다"며 "아직 성공하는 법은 몰라도 안 망하는 법은 알겠더라"며 웃었다.

◇ 한국의 '미네르바스쿨'을 꿈꾸며…

시행착오 속에서 노하우를 쌓은 투썬캠퍼스는 최근 외부 스타트업을 엑셀러레이팅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일일이 관여하던 업무들도 점차 시스템화되고 직원들도 전문성이 쌓이면서 새로운 사업을 키울 여유도 생기고 있다. 최근 이 대표는 그동안 체득한 창업시스템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특히 관심을 쏟고 있다.

이달부터 투썬캠퍼스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과 손잡고 학생 17명을 대상으로 3학점짜리 계절학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키운 기업 대표들에게 직접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직접 팀을 꾸려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어보는 실습형 교육을 받는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실제 학위를 줄 수 있는 학사과정을 수립하고 캠퍼스도 꾸려 제대로 모습을 갖춘 대안 대학교를 만드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이들이 어떤 직업을 갖건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제 사업으로 만드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책에 나온 이론만 배우는 기존 대학과는 시작점부터 다른 실전형 직업교육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대표는 "아직 남들이 보기엔 이상한 사업"이라며 "아내도 말리고 주변에서도 언제까지 할거냐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20여년 전부터 새로운 대학교육을 꿈꿨던 벨 넬슨이 미네르바스쿨을 처음 열었을 때도 성공을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대표는 "무언가 이루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단지 뜻이 있기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투썬캠퍼스 대표가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투썬캠퍼스에서 창업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