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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종결권, 남용 우려 크다"…피해자 없는 사건 '구멍'

폐지 논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단 답습 가능성
통제장치 무용지물…입법 과정서 대비책 세워야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2018-06-24 06:00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따라 경찰에 부여된 '1차적 수사종결권'이 자칫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과 같은 폐단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의 자의적인 사건 은폐를 대비해 일부 통제장치를 두긴 했지만 피해 당사자가 없는 주요 사건의 경우 감시망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어 입법화 과정에사 정교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사법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수사권 조정의 본래 목적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권한남용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부당종결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공정위가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조사를 벌인 후 부당하게 종결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또 공정위 퇴직자들이 대가로 감독대상인 기업에 특혜성 불법 취업을 한 혐의도 보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가격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로 공정위가 기업의 불법 행위를 자체적으로 무마하는 문제가 여러차례 발생해 폐지 요구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와 같이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주어지면 경찰의 조직적 이해나 경찰관 개인의 비리에 엮여 공정위와 같은 부정·부실 수사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의 경우 전속고발권과 달리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송치) 않을 경우 검찰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조사를 요청하거나 사건 당사자들이 이의 신청해 검찰로 수사를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없는 범죄 유형에 있어서는 이 같은 통제장치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주요 형사사건에서 사각지대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어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인 양홍석 변호사는 "예를 들어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마약투여와 관련해 경찰이 사건을 덮으면 대부분 이의제기를 할 고소·고발인이 없어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 법죄라도 이의제기 할 사람이 없어 죄가 되지 않는다며 자의적으로 없던 사건으로 덮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일선 검사는 뇌물수수 사건을 예로 들며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수사하다 혐의 여부를 떠나 '무혐의'로 종결하면 아무도 불만이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을 경우 불송치결정문과 사건기록등본을 검찰에 통지해야 하지만 기록만으로 불기소 적절성을 걸러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검사는 "경찰은 이미 종결된 사건의 사본을 보낸다는 얘기 같은데 검찰은 '살아 있는' 송치 사건에 집중하게 되지 경찰이 종결됐다는 사건을 똑같은 강도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의 경우에도 독점적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 기관이 요청하면 고발하는 '의무고발요청제'가 2014년 도입됐지만 4년여간 고발요청은 15건에 그쳐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이에 따라 수사권 조정의 입법화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견제할 좀더 정밀한 통제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는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해 실제적 통제가 가능하려면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 검찰의 수사지휘와 달라질 것이 없다"며 "수사준칙으로 정하겠다는데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 사전에 합의가 됐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큰 그림은 그렸지만 후속조치도 같이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번 발표를 보니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 검경 갈등 발생 시 해결 장치, 경찰의 수사기록을 어디까지 보낼지 등을 디테일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국회 입법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입법과정에서 검찰의 입장이 지나치게 반영돼 되레 검찰의 수사지휘를 다시 허용하게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게 수사준칙인데 검찰 친화적인 법무부가 법무부령으로 만들기보다 양자를 다 아우를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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