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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이번에는 합법화될까?

헌재, 7년만에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 판단
'형사처벌 합헌' 선례 변경 기대감 높아져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8-06-24 09:00 송고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북측광장에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이 '옥중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017.5.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북측광장에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이 '옥중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017.5.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된 A씨(22)는 지난해 열린 병역법 사건 재판에서 자신에게 가급적 빨리 유죄를 선고해달라는 이례적인 부탁을 했다. A씨 재판의 재판장이 헌재의 위헌법률심판과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선고를 보고 유무죄 판단을 받는 게 낫지 않겠냐는 태도를 보이자 A씨가 먼저 나서 유죄 선고를 호소한 것이다. 결국 유죄 선고를 받은 A씨는 항소를 포기하고 현재 복역 중이다.
A씨 가족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A씨가 헌재와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결정이 쉽게 변경될 것 같지않다고 생각했다"며 "A씨가 몇년씩 판례 변경을 기다리면 장래 계획 등을 전혀 세울 수 없다는 점을 걱정하며 가급적 빨리 복역을 마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1950년 이후 현재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유죄 선고를 받고 복역한 국민은 2만여 명에 달한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범죄로 보고 형사 처벌한 결과다. 지난 1월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가족 4만7000명가량이 청와대에 대체복무제 마련을 청원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고통 받는 우리 국민의 숫자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르면 오는 28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근거 규정인 병역법 88조 1항 1호에 대한 위헌여부를 선고할 예정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을 합헌으로 선언한 바 있다.

7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선고에서 헌재가 앞선 결정을 변경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 시각 전향적 변화…하급심 무죄판단 갈수록 늘어

헌재와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 명문의 근거가 없고, 병역법에 위반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인권의식 등이 향상되면서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특정 종교인으로 매도하며 폄훼하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보수적인 법조인 집단의 시각도 전향적이다.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을 상대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한 변호사 가운데 70% 이상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라는 의견을 냈다.

법조계 인사들의 시각 변화를 반영하듯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하급심의 무죄판결도 지속적인 증가세다. 지난 2004년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무죄판결이 나온 이후 최근까지 총 83건의 무죄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총 44건의 무죄 선고가 내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일관되게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급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더라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모두 유죄로 실형을 살게 된다.

이 때문에 인권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와 최상급심 법원인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형사처벌에 대해 다시 한번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안보상황' 변화도 주목

헌재는 앞선 두 번의 합헌결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선언하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헌재는 지난 2011년 종국결정에서 병역법 88조의 합헌선언을 하면서, 대체복무제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리나라 특유의 안보상황 △대체복무제 도입시 병력자원 손실 △양심적 병역거부 심사의 곤란성 △사회통합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가능성이 열렸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에 진전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 일각에서는 헌재가 대체복무제 도입의 전제조전으로 꼽은 '우리나라 특유의 안보상황'에 변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헌재가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건에서 법리뿐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여부 등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아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헌재는 주요 사건에서 국민여론과 일치된 결정을 선고해왔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헌법전문가들은 남북 평화체제 구축이 헌재의 전향적 판결을 이끌어 낼 단초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병역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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