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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 깨지다'…축구장에 입성한 이란 여성들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 40년만에 여성에게 개방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8-06-21 15:24 송고 | 2018-06-21 15:58 최종수정
이란 여성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선 자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AFP=뉴스1
이란 여성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선 자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AFP=뉴스1

여성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금녀의 공간이 40여년만에 모든 성(性)에 문을 열었다. 특별하거나 비밀스러운 공간 이야기가 아닌,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축구경기장 이야기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경기장에서 중계되는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 이란과 포르투갈 간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몰린 인파였다.

경기장을 통제하던 요원들은 당황했다.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에서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며 여성은 남성의 스포츠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도 지난 40년간 금녀의 공간으로 존재했다. 

당국은 이에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며 킥오프 수시간 전 경기장 응원전을 돌연 취소하려 했다.

하지만 구름 떼처럼 몰린 수천명 인파는 대치 끝에 경찰의 통제를 뚫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들 여성은 아자디 스타디움 관중석에 남성들과 한 데 섞어 앉았다. 금녀의 벽이 허물어진 역사적 순간이었다. 

<출처 = 트위터> © News1
<출처 = 트위터> © News1

이란 여성들은 경기장 안에 들어와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며 이란 국기를 흔드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이들은 개인 SNS에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적으며 기뻐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이란 배우 나자닌 보니아디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여성들이 응원하는 사진을 보니 반갑다"고 환영했다. 

다만 앞으로도 여성이 아자디 스타디움 등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중계 영상을 보고 응원하는 것과 실제 경기를 눈앞에서 관람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란 여성 축구팬들은 가발을 쓰거나 수염을 그리는 등 방법으로 남장해 몰래 경기장에 입장하곤 했다. 그러나 발각되면 엄격히 처벌받는다. 지난 3월에는 35명의 이란 여성이 축구장 입장을 시도하다 유치장에 무더기로 감금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 AFP=뉴스1
© AFP=뉴스1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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