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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봉인' 푼 수사권조정 핵심 '상호견제'…영장청구권 무산

번번이 좌절됐던 수사권 조정…사상 첫 타결
'유명무실론' vs '경찰 비대화' 우려 목소리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8-06-21 11:22 송고 | 2018-06-21 11:38 최종수정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6.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6.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의 갈등이 70여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경찰은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받아냈다.
검찰과 경찰이 상호 견제한다는 방향으로 수사권이 조정된 것은 건국 이후 처음이다. 경찰은 앞으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그림자를 온전히 걷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검찰이 통제권을 갖는 '특수사건'의 범위가 넓고, 경찰이 거듭 강조했던 '영장청구권' 확보는 이번에도 무산됐기 때문이다.

역으로 '경찰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검찰의 수사지휘 받지 않고 사건수사 길 열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에는 △검찰과 경찰의 상호 협력관계 설정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수사종결권 부여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에 대해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 신청 시 검찰은 지체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것 등 경찰의 자율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일부 특수사건(부패·경제·금융·증권·선거·군사기밀보호법·위증·증거인멸·무고 등 기타 사건)에 관해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을 갖기로 했다. 기소권은 당연히 독점한다.

아울러 검찰은 경찰이 이유 없이 보완수사요구에 불응하거나,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한다고 판단했을 때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 △송치 후 수사권 통제권도 갖는다. 동일 사건을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중복 수사할 경우 검사에게 우선적 수사권이 부여된다.

문재인정부는 이번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 '검찰과 경찰의 대등적 협력관계와 상호견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전경/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전경/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54년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부여

검경수사권 조정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부터 계속 논란이 돼 온 해묵은 과제다. 이 문제의 시작은 무려 7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12월 미군정은 경찰에게 수사권을, 검찰은 기소권을 갖도록 권한을 분담하자고 추진했다.

하지만 12년 뒤인 1954년 2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여준 지금의 형사소송법이 태동했다. 당시 경찰에 수사권을 독자적으로 부여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검사 출신인 엄상섭 의원, 한격만 검찰총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1962년 5차 개헌 당시 '검사에 의한 영장신청 조항'을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명시하면서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경찰은 교통과 절도, 폭력 등 민생범죄를 비롯해 일부 수사권을 법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검찰의 반대와 국민의 불신에 막혀 좌절됐다.

수사권 조정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기는 20여년 전 김대중정부 때부터다. 검찰에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른바 '검찰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민생치안 관련 일부 범죄에 한해 경찰에 수사권을 주겠다고 공약했지만 정부 출범 직후 법무부 등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 바통을 노무현정부가 이어받았다. 검찰개혁 의지가 유난히 강했던 참여정부 시절에는 어느 정도 논의가 진전되면서 한때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원에 2004년 '수사권 조정협의체'와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꾸려지면서 기대감이 일었지만 이 역시 검찰의 반대에 부딪히며 불발되고 말았다.

김대중·노무현정부를 거치며 검찰과 경찰 간의 갈등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경찰의 독자적 수사 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경찰이 원하던 완전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홍만표 대검찰청 기획조정실장 등 대검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사의를 표하며 강한 반발이 일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경찰 '영장청구권'은 개헌사항이라 무산

박근혜정부 들어 다소 잠잠하던 수사권 조정 문제는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19대 대선공약으로 검경수사권 조정을 내걸었다.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았던 국정기획위원회도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연말까지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해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여전히 검찰과 경찰간의 입장 차이가 크고, 수사권 조정 범위 및 시기 등 논의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파열음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반드시 영장청구권을 받아내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영장청구권은 개헌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 1년여 만인 이날 이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검·경의 상호협력과 견제'를 골자로 하는 수사권 조정안을 내놨다. 대통령비서실과 법무부, 행정안전부로 구성된 3자 협의체가 11회 걸쳐 합의했다.

하지만 70여년의 기다림에도 '경찰에 대한 검찰의 간섭과 통제권은 남았지만 경찰은 여전히 검찰을 견제할 장치를 쥐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경찰의 숙원이었던 '영장청구권'이 이번에도 무산되면서 '유명무실론'까지 조심스레 제기됐다. 역으로 '경찰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정부도 한계를 인정했다. 이 국무총리도 "이 합의안이 완벽할 수 없다"며 "보완된 입법을 통해 제도화되길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이제 검경수사권 조정의 최종 바통은 국회로 넘어갔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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