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화진칼럼]청와대 혁신과 구글 혁신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8-06-18 16:01 송고 | 2018-06-18 16:54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News1
청와대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를 영상중계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 내부에 생중계하기로 했다. 제대로 된 토론의 모범을 만들고 투명성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 청와대의 회의 모습은 지난 정부 청와대의 읽기와 받아쓰기 회의 모습에 비하면 벌써 상전벽해인데 공개까지 한다는 것은 혁신이다. 구글의 혁신을 연상시킨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조너선 로젠버그는 고객이 뭔가를 요청할 때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은 혁신이 아니며 혁신은 고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능성을 내포하고 ‘과격한’ 유용성을 구현하는 것이 혁신이다. 즉, 혁신은 새롭고 놀랄만하고 과격하게 유용한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국민이 고객이라면 국정의 최고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한 과정을 내부적으로나마 공개하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는 거의 구글이 생각하는 혁신 개념에 들어맞는다.

구글은 기업의 역사에서 깜짝 놀랄 만한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해서 운영하는 회사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보고할 때 사용한 자료를 전직원과 공유한다. 파워포인트 자료는 그대로 갖다가 CEO가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이사회에 제출된 자료 전체를 내부 이메일로 전직원들에게 전송한다. 내부 공개라고는 하지만 외부에 나갈 가능성을 각오한 것이다. 그래서 공개되면 법률적 문제가 있는 부분만은 제외한다.

이 조치에 대해 처음에 많은 우려가 제기되었다. 공유되는 자료에는 개발 중인 모든 제품과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다. 부서별 미팅 내용도 공개된다. 특히 경영진이 임직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드러나는 내용과 임직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대목들도 다 공개하는데 이것은 임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나 업무 의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놀라운 일을 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외부에 유출되면 안될 정보들이 절대로 유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사람들을 믿었고 그러자 사람들이 그 믿음에 보답했다.

회사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조직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의 프로세스는 이 문제를 깨끗이 해결했다. 이사회 보고자료를 보기만 하면 된다.

또 하나의 새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각 부서에서 이사회 보고자료를 준비할 때는 물론 정성을 들인다. 그러나 회사 전체에 공개한다고 하니 그 수준이 한층 더 높아졌다. 다들 더 최선을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볼 것이기 때문에.

구글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CEO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 목표와 그 성취 정도를 분기별로 작성해서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몰론이고 달성하지 못한 경우도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 시스템을 ‘OKR’이라고 부르는데 각자의 성취동기를 고양하는 데 효과적임은 물론이고 전사적으로 모든 구성원의 업무 정보가 공유되는 데서 오는 막대한 시너지가 창출된다.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도를 측정할 때 다른 사람들의 것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향후 청와대에서 구글이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도리(Dory)의 이름을 따 만든 시스템도 참고했으면 한다. 구글에서는 상사에게 하기 어려운 질문, 상사가 듣기 싫어할 소식을 모두 여기에 보낸다. 직원들은 투표를 하고 엄지손가락을 많이 받은 내용은 위로 올라간다.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문제인 ‘나쁜 뉴스 전하기’를 해결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유대인들을 수용할 막사를 짓다가 엔지니어 출신 유대인 작업 책임자가 건물이 잘못 지어지고 있어서 다시 지어야 한다고 수용소장에게 간언한다. 그러자 수용소장은 그 여성을 사살한다. 그리고는 막사를 그 여자 말대로 다시 지으라고 지시한다. 그 여자는 옳은 말을 했고 상사는 받아들였지만 상사의 잘못을 지적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이래서 인류는 가족 수준의 신뢰 관계가 없는 경우라면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고 간언을 피해 온 것이다.

구글이 시가총액 세계 2위인 대기업이고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혁신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더구나 사기업과 일국의 정부는 정보 공개와 투명성의 측면에서는 비교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첨단 기업의 혁신 프로세스를 연상케 하는 새로운 투명성을 선보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회의 내부 생중계에서 더 나아가 남북정상회담 같은 빅 이벤트는 일부라도 페북라이브나 카톡라이브로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erkang@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