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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개막①] 어차피 즐길 수 없다면, 천번만번 상상하라

축구대표팀, 대한민국 10번째 월드컵 도전 스타트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06-14 06:00 송고
편집자주 '세계인의 축구 축제‘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4일 밤 12시(한국시간) ‘개최국’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A조 1차전을 시작으로 3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한국을 비롯 2014 브라질 대회 우승팀 독일 등 32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4개 팀씩 8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친 뒤 각조 1, 2위 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 챔피언을 가린다.
이번 대회에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네이마르(브라질) 등 스타들이 총출동, 조국의 명예를 걸고 화려한 기량 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무대를 즐기라고 말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월드컵은 보통의 무게감이 아니다. 그러면 차라리 천번만번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낫다. © News1 오대일 기자
무대를 즐기라고 말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월드컵은 보통의 무게감이 아니다. 그러면 차라리 천번만번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낫다. © News1 오대일 기자

선수로만 4번의 월드컵에 출전했던, 떨림이나 경직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1990년 월드컵부터 참가했는데 긴장감은 매번 똑같았다. 다른 것들은 경험을 하면 좀 나아지는데 월드컵은 별개였다"면서 "솔직히 2002월드컵 때는 긴장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는 뜻밖의 고백을 전한 바 있다.

터프가이의 대명사이자 거침없는 플레이로 상대를 빨아들여 '진공청소기'라는 수식어까지 받았던 김남일 현 A대표팀 코치는 과거 "똑같은 A매치라도 월드컵에서 다는 태극기는 무게가 다르다. 에스코트 키즈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들어설 때는 정말 머리칼이 쭈뼛 선다"고 그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미우라 킬러' '악바리 수비수'로 명성을 떨치며 1994 및 1998 월드컵을 누볐던 최영일 러시아 월드컵 선수단 단장은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다른 경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중압감을 준다. 솔직히 말해서, 경기를 앞두고 소변을 3번이나 보고 필드에 들어갔다. 돌아서면 또 소변이 마려울 정도로 긴장됐다"고 회상했다.

월드컵은 그런 무대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결코 편하게 뛸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말이 쉽지, 벼랑 끝에 오른 심정일 텐데 '즐기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우리보다 강한 상대들은 한국을 먹잇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손흥민의 말처럼, "안일하게 준비했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무대다. 그래서 다른 조언을 건네자면, 천번만번 생각하라는 주문이다.

전 세계인의 대잔치, 지구촌에서 공 잘 차는 이들이 모두 모이는 월드컵이 14일 밤 12시(한국시간)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러시아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 한국도 초대장을 받았고 한국 축구사 10번째 월드컵 도전을 앞두고 있다.
사실 어떤 대회보다 분위기는 좋지 않다. 전체적인 전력이 앞선 대회들과 비교해 그리 낫진 않다는 평이고 꼭 필요했던 이들 여럿이 부상으로 낙마하는 불운도 있었다. 엎친 데 덮쳐 여론도 좋지 않아 국민적인 기운도 지원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선수들의 부담도 불안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간은 없는데 방법은 뾰족하지 않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5일 오전(현지시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고강도 체력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5일 오전(현지시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고강도 체력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대회 성패의 분수령으로 여기고 있는 스웨덴과의 1차전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나흘, 훈련시간으로 따지면 더 적다. 이 기간 동안 육체를 이끌어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대한 팀으로서의 조직력을 높이는 것에 할애해야지 개인의 기술 발전을 도모하기는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나 '멘탈'과 관련된 것들은 여지가 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뉴스1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현역시절을 회상하며 "나는 아무 것도 모르던 곳에서 뛰어야했다. 우리는 몇 달 전 잡지에 실린 정보만 가지고 해외 선수들과 겨뤘다. 경험하지 못한 이들과 싸워야했으니 공포감이 들었던 게 당연하다"는 말을 전한 적 있다.

이어 "월드컵은 최고의 선수들이 나오고, 우리보다 나은 팀들과 겨뤄야한다. 선수들의 부담이 많을 것"이라고 고충을 이해한 뒤 "그래도 다 보이는 이들 아닌가. 지금은 라이브로 그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 별나라에 사는 이들이 내려와서 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 잖는가"라고 격려했다. '예측 가능한 상대'를 '준비할 수 있으니' 막연한 공포보단 낫다는 조언이다.

상대에 대한 공부에 더해 자신의 세포를 깨우는 작업도 할 수 있다.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의 적자인 황선홍 전 FC서울 감독은 "축구는 사실 설명이 잘 안 되는 때도 있다. 평상시라면 앞쪽으로 이동해야하는 경우인데 이상스레 몸이 뒤로 움직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분명 크로스가 길게 넘어온다"는 무용담을 전한 적 있다. 무조건반사인 셈이다. 다음 설명이 중요하다.

황 감독은 "월드컵이 일주일 정도 남았다면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상상해야 한다. 상상하면, 분명 는다"면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필드에 나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다. 몸이 알아서 반응해야한다. 몸이 반응한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를 잘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은 쉬는 시간에도 상상하라고 당부했다. 황 감독은, 사실 쉴 시간도 없다고 했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인데 밤낮을 모두 써도 수고롭지 않을 일이다. 어차피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 정도의 노력은 쏟아야 우리 것을 펼칠 수 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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