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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상' 수상 서지현 검사 "5월의 기억이 '미투' 말할 수 있게 해"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2018-05-26 19:50 송고 | 2018-05-26 21:30 최종수정
국내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들불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8.5.2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국내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들불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8.5.2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는 26일 "5월의 기억이 약자의 삶, 여성의 삶을 어떤 이유로든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리도록 알게 해줬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검찰의 성추행 문제를 폭로해 한국사회에 '미투 운동'을 확산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역사의 문에서 들불상을 수상하고 이같이 말했다.
광주 태생으로 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서 검사는 "8살 어린 나이였지만 그 5월의 함성과 공포, 피와 눈물은 여전히 기억 속에 새겨져 있다"며 80년 5월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공포가 끝났던 5월 어느 날 화정동 아파트 베란다에서 느꼈던 시리도록 따사롭던 햇살은 여전히 온몸에 남겨져 있다"며 "5월의 기억은 모두의 생명과 삶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강자가 어떤 이유로든 무력과 공포로 약자들의 삶을 함부로 망가뜨리고 그 입을 틀어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너무나 과분하고 뜻깊은 상을 감히 받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다시는 강자가 약자의 삶을 함부로 파괴하고 그 입을 틀어막는 시대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 때문"이라며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다른 분들께도 힘껏 용기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수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순간에도 일상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국내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들불상을 수상하고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18.5.2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국내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들불상을 수상하고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18.5.2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서 검사는 시상식이 끝난 뒤 박기순·윤상원·박용준·박관현·신영일·김영철·박효선 열사 등 들불열사들의 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현재 검찰 수사와 관련해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수사 의지가 전혀 없던 수사였다"며 "검찰이 지금까지 곤란한 수사는 대충 수사하고 법원에 떠넘기고 무죄받는 식으로 진행해 이번에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수사단이 아닌 조사단을 조직해 수사 의지가 없음을 처음부터 보여줬다"며 "필요 이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고 부실한 수사가 됐다. 재판 과정에서라도 공소 유지를 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2차 피해도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 검사는 "저도 그렇고 다른 피해자도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2차 가해가 너무나 심하기 때문인데, 저도 굉장히 각오를 많이 하고 나왔지만, 쏟아진 2차 가해 때문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법부무, 검찰, 조사단에서 주도적으로 2차 가해를 가했다"며 "지금이라도 2차 가해 고발 사건에 대해 충실히, 엄격히 수사를 해 2차 가해를 막는 대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80년 5·18 당시 계엄군의 여성 성폭행 증언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폭로하신 분께서 저를 언급하시면서 폭로를 하셔서 저로서는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로 인해서 용기를 내셨다고 한다면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 때도 그렇고 많은 역사적인 순간에서 여성들이 성적인 피해를 입었던 긴 세월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이 (규명이 돼) 지금이라도 바뀔 수 있는 세상으로 나갔으면 한다. 그렇게 묻혀졌던 진실들이 하루빨리 밝혀지고 (가해자가)사죄하고 (생존자가)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사단법인 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2018년 제13회 들불상' 수상자로 미투 운동을 확산시킨 서지현 검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들불상은 들불야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전후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분투하다가 숨진 7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nofate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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