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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한국의 지방은 현재 소멸 중

황태규의 '지역의 시간'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8-05-24 06:03 송고
황태규의 '지역의 시간'

'농가 70% 중산층, 장수군의 비밀'(2014·굿플러스북)이란 책이 있다. 중산층의 기준을 어디다 둘 것이냐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블루오션 농촌의 희망을 잘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황태규 씨가 이번에는 장수군을 벗어나 전라북도 전 지역에 대한 '위기와 기회'를 고민했다. 물론, 이 고민은 현재 소멸의 터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 전체에 유효하다.

필자의 고향은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의 섬 거금도다. 지금은 소록도를 거쳐 녹동항까지 다리가 놓였지만 1970년대 후반 필자가 어렸을 때는 전국에서 9번 째 큰 섬이었다. 해발 598미터의 적대봉을 중심으로 해안가에 30여 개가 넘는 마을이 있었다. 주민은 3만 5000여 명에 달했다. 초등학교가 10개가 넘었고, 중학교 2개, 고등학교 1개가 있었다. 금산면사무소 옆에 있어서 섬의 8학군(?)으로 대우받았던 '금산국민학교'의 한 학년 학생 수는 약 240여 명에 달했으니 전교생은 1400여 명이 넘었다.

지금 현재 거금도의 실정은 어떠할까? 마을은 거의 예전 형태로 남아있지만 섬 인구는 5000 기백 명으로 줄었다. 초등학교도 1개가 남아있는데 전체 학생은 백 명이 안 되고, 1 개인 중학교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고등학교는 없어졌다. 가끔 고향을 방문할 때면 그 지역 전문가들이 '장차 세월이 더 흐르면 고흥군 소재지(고흥읍)를 기준으로 남쪽 지역에 초등학교, 중학교 각 1개, 북쪽 지역에 초등학교, 중학교 각 1개로 통합되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발언을 내 놓기도 하는데, 지역 부활 정책이 현재처럼 혁신적이지 못한 속도와 방향을 유지한다는 전제라면 그게 전혀 엉뚱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이게 지금 필자 고향만의 현실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기도, 광역시계를 제외한 전국의 섬, 지방, 산골에 존재하는 지방자치단체 모두에 해당되는, 냉혹한 현실이다.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혹자는 인구재앙이라고 한다)과 지방소멸은 이제 먼 나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2018년 우리의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 싶겠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을 우리가 한두 번 겪었는가. 각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명예와 안정을 생각해 '소멸 예상 지자체'를 여기다 쓰지 않을 뿐,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온다.

황태규 우석대 호텔항공관광학과 교수가 '지역의 시간'을 통해 전라북도 각 시와 군들을 들여다보며 고민을 거듭한 이유도 바로 저 지방소멸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지역들이 혁신을 통해 성장전략을 제대로 구사하면 지역소멸 대신 지역부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필자는 전라북도 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경상남북도, 충청남북도, 강원도에서도 각 지역 전문가들이 이런 고민을 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행동하기를 희망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 사회기간시설, 유통체계 등등 사람이 살 수 있는 인프라가 무너짐으로써 거대 도시들만 섬처럼 이 땅에 존재할 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이건 가설이나 예측이 아니라 제대로 대응을 못할 경우 '정해진 팩트의 폭격'이다.

◇지역의 시간 / 황태규 지음 / 굿플러스북 펴냄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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