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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선박 내 열기에 소방호스 녹아…그야말로 지옥"

인천항 오토배너호 화재진압 특수구조단 '사투' 현장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박아론 기자 | 2018-05-23 17:19 송고 | 2018-05-23 17:20 최종수정
21일 발생한 인천항 오토배너호 화재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쉬고 있다.뉴스1DB
21일 발생한 인천항 오토배너호 화재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쉬고 있다.뉴스1DB


“선박 내 열기에 소방호스가 녹아내리는 등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인천항 오토배너호(5만2422톤급·파나마) 화재진압에 나섰던 류범영(52·소방위) 119특수구조단 팀장은 23일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화재신고는 21일 오전 9시39분께 접수됐다. 이 시간은 급속도로 불길이 번진 후였다. 불길이 확산될수록 철판으로 둘러싸여 꽉 막힌 선박 안은 펄펄 끓기 시작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당장 선내에 진입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소방본부는 선체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선박 여러 곳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이런 작업 끝에 6시간이 지나서야 선내로 진입할 통로를 확보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류 팀장과 특수구조단 팀원 6명이 마주한 첫 내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

다닥다닥 붙은 차량들 위로는 불길이 솟아올랐고, 타이어와 휘발성 물질이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는 선내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든 것은 소방호스를 녹여버린 엄청난 열기였다.

류 팀장은 "엄청난 열기에 소방호스가 녹아내리고, 장갑과 신발도 열기를 견디지 못했을 정도"라며 "진입은 했지만, 사람이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차량이 딱 붙어 불타고 있었고 선내 구조도 미로처럼 돼 있어 진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 오토배너호에 진입한 류 팀장과 팀원들의 화마와의 싸움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50분 작업 후 다른 조와 교대하는 방식이었지만 다른 화재 현장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류 팀장은 “소방관 생활 23년만에 이렇게 큰 선박화재는 처음”이라며 “너무 힘들었지만 불이 더 이상 확산되면 안된다는 일념으로 버텼다”고 전했다.

화재는 13층 구조인 선박의 11층에서 시작됐지만 차츰 아래위층으로 번졌다. 이들은 방화선을 8층으로 잡고 불을 꺼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진입한 10층을 시작으로 11층과 12층, 그리고 13층까지 올라가며 불과의 사투를 벌인지 9시간째.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타오르던 불길이 드디어 잡히기 시작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불길은 발생 15시간만인 다음날 22일 0시50분께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23일 오후까지도 완전히 꺼지지는 않아 소방관들의 진화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류 팀장은 “힘은 들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완전 진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소방당국은 오토배너호 화재진압을 위해 3일간 948명의 인원과 235대의 장비를 투입했다.

22일 오후 2시50분께 인천항에 정박 중 화재가 발생한 오토배너호(5만2422톤급·파나마) 13층 선미 부근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아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2018.5.22/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22일 오후 2시50분께 인천항에 정박 중 화재가 발생한 오토배너호(5만2422톤급·파나마) 13층 선미 부근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아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2018.5.22/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inam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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