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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이재용의 AI 구상…전세계 거점에 석학 러브콜

삼성전자, 美이어 英·캐나다·러시아에도 AI센터 구축
반도체에 편중된 수익구조 우려…AI 투자 본격화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8-05-23 16:30 송고 | 2018-05-23 22:07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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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공지능(AI) 투자 구상이 베일을 벗었다. 1단계는 전세계 AI 석학을 불러 모아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는 AI센터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러시아·캐나다 등 5개 지역을 글로벌 AI 연구 거점으로 삼고 오는 2020년까지 대대적인 AI 인력 확보에 나선다. 삼성의 미래 사업을 지탱할 핵심기술을 AI로 보고 본격적인 관련 기술·인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 AI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캐나다 토론토(24일), 러시아 모스크바(29일)에 AI센터를 신설한다.  

이를 위해 전세계에서 AI 전문가를 영입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러시아의 각 센터장에는 AI 분야 최고 석학을 모셨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AI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과 캐나다, 러시아에 AI 센터를 새로 만든 속도전은 이 부회장의 결단이다. 지난 3월 말 직접 유럽과 캐나다 출장을 통해 글로벌 AI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두달여 만의 결과물이다.

삼성 내부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1년여간 뼈아픈 경영공백을 가져야 했던 이 부회장이 삼성 특유의 '스피드경영'을 복원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 우면동 센터를 허브로, 영국 케임브리지 등 4곳의 글로벌 AI센터는 전 세계 AI 핵심 연구인력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지난 2월 최순실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첫 해외 출장을 떠나 AI 개발 현황을 둘러본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AI가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잇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클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AI 분야 권위자인 주빈 가라마니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반도체 칩 설계회사인 ARM 설립자 헤르만 하우저 등이 참석했다. 영국 AI센터의 리더를 맡은 앤드루 블레이크 박사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대표적 AI 전문가로 꼽힌다. 케임브리지 센터는 인공지능 기반 감정인식 연구로 유명한 마야 팬틱(Maja Pantić) 교수(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와도 협업한다. 블레이크 박사는 이날 "AI센터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의사소통 경계를 확장해 편리한 삶을 제공할 수 있는 AI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캐나다 토론토 AI 센터는 실리콘밸리 AI 센터 리더이자 음성인식 전문가인 래리 헥(Larry Heck) 전무를 리더로 캐나다의 우수 대학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AI 코어 기술 연구를 주도한다. 러시아 모스크바 AI 센터는 러시아의 수학, 물리학 등 기초 원천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전략을 짠다. AI 전문가인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드미트리 베트로프(Dmitry Vetrov) 교수, 스콜테크(Skoltech) 빅토르 렘피츠키(Victor Lempitsky) 교수 등이 AI 알고리즘 연구를 이끌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세트부문 선행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리서치(SR) 산하에 서울 AI총괄 센터를 신설하고 AI 연구 역량을 다져왔다. 올 1월에는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 실리콘밸리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는 올 초 MS 출신의 AI 분야 석학인 래리 헥 박사도 영입했다.

22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의 개소식에서 김현석 대표이사와 케임브리지 AI 센터의 리더인 앤드류 블레이크(Andrew Blake) 박사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News1
22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의 개소식에서 김현석 대표이사와 케임브리지 AI 센터의 리더인 앤드류 블레이크(Andrew Blake) 박사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News1

삼성전자 내부에선 지난 1년간 리더십 공백으로 이렇다 할 인수합병(M&A)과 미래 투자를 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AI 투자가 다소 늦은 게 아니냐는 초조함도 크다고 한다.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TV와 스마트폰의 성장이 정체된 데다 반도체에 편중된 수익구조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도 상당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런 노력에도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글로벌 경쟁업체를 제치기엔 버거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격변의 시기에 리더십 부재라는 암초를 만나 미국 IBM과 구글, 인텔 등 글로벌 IT공룡들의 선제적 투자에 맞서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휴대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던 이 부회장에게도 선제적인 AI 투자를 단행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손실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유럽, 캐나다 출장에서 AI 관련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AI 역량 강화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AI 사업을 삼성전자가 본격화한다는 의미에서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22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News1
22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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