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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바로 옆에 GS25?…근접 출점 자제 '말로만'

편의점 4만개 시대…치킨게임에 점주 '생계 위협'
편의점주 "근접출점 막을 규제 필요" 호소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8-05-20 08:00 송고 | 2018-05-20 14:19 최종수정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CU 편의점. 입구에 경쟁사의 근접출점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News1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CU 편의점. 입구에 경쟁사의 근접출점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News1

#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CU편의점. 편의점주는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 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같은 골목길,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거리에 경쟁사인 GS25 편의점이 문을 연 것이다. 매장 규모는 더 크고 큰길과도 더 가까웠다. 당장 매장 매출이 '뚝' 떨어졌다. 해당 점주는 답답한 마음에 현수막을 통해 "약속했던 근접출점 자제는 다 거짓말이냐"며 경쟁사를 비판했다.

편의점 업계의 과열경쟁으로 '근접출점 자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같은 상권, 인근 거리에 문을 여는 편의점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같은 상권에 새 가게가 문을 하나 더 열면 기존 편의점은 가게 운영이 힘들어진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매출 감소로 남는 게 없다는 주장이다.

20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시장 규모는 약 2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전(20조3000억원)보다 10.3%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매출 규모보다 점포 수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편의점 점포 수는 3만6823개에 달한다. 1년 사이 12.9% 증가했다. 최근에는 4만개를 넘어섰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편의점 시장 규모보다 점포 수가 빠르게 늘면서 점주들은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같은 상권에 경쟁사 편의점이 문을 연 곳은 상황이 심각하다. 위치나 규모·브랜드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당장 방문 고객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매출 감소에 편의점주들은 근접출점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전주 서산동의 한 미니스톱 점주는 최근 GS리테일 허연수 대표에게 "편의점 근접출점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을 보냈다. 같은 상가에 GS25편의점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에서는 이마트24 인근에 본사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출점하면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편의점 본사는 앞서 근접출점을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 이마트24와 노브랜드 근접출점 논란에 대해 "뼈아픈 실책"이라며 문제해결을 약속했고, GS25도 근접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근접출점이 이어지는 것은 본사의 욕심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매장이 증가해야 소비가 이뤄지고 본사 매출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편의점업계의 근접출점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규정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신규 출점 시 거리를 제한하도록 한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2015년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 당시 편의점의 거리 제한 기준은 250m였다.

다시 국회에서 관련 규제가 논의 중이지만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주는 분통을 터뜨렸다. 한 점주는 "편의점 본사야 장사가 안되면 점포 1개 철수하면 그만이지만 점주들은 생계가 위태롭다"며 "근접출점에 대한 규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경쟁사 탓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들이 매장 수 확대에 열을 올리면서 점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편의점 본사가 매장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시스템과 물류 개선 등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GS리테일은 서울 도곡동 근접출점 논란에 대해 "인근 GS25 점포가 문을 닫게 되면서 기존 고객을 위해 불가피하게 대체점포를 열게 됐다"며 "근접출점이 아닌 대체점포 개점으로 봐달라"고 답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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