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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라는 거냐"..EMR인증제에 의료정보업체들 볼멘소리

업계 "예산 지원해야"…정부 "기술지원만 가능"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8-05-16 08:48 송고
보건복지부.© News1 장수영
보건복지부.© News1 장수영


정부가 올 7월 시행을 목표로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 시범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의료정보업체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MR 인증제를 준비하면서 발생하는 추가 개발비용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MR 인증제는 의료기관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진료에 활용하는 '정보호환' 기능을 갖춘 국제표준 전자의무기록을 구축하도록 장려하는 제도다. 정보호환이 가능한 EMR이 많아지면 환자들의 중복진료가 감소해 국가 의료비 총액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둔다.

대형 의료정보업체 고위 관계자는 "EMR 인증제를 도입하면 결국 개발업체들이 개발비를 전부 떠안게 되지만 정부 지원방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예산 지원이 없으면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은 복지부가 인위적으로 업계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큰 업체는 몰라도 중소업체들은 인증기준을 적용한 시스템을 만들려면 추가비용이 큰 부담이고 이를 소비자인 의료기관에 떠넘기기 어렵다"며 "분명 도산하는 업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업계는 EMR 인증제를 도입하면 업체별로 최소 수억원 규모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EMR 인증제 대상은 의료기관을 포함해 총 420여곳이다. 그중 의료정보업체는 총 100여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료정보업체들은 해외 사례를 들어 정부의 현금성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미 2009년 EMR 분야에만 190억달러(20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일본 도쿄도는 2015년 EMR 시스템을 구축하는 의료기관 1곳당 1000만엔(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왔다.

보건복지부는 올 3월 18일 기능·서비스 분야 등 총119개 항목으로 구성된 EMR 인증기준 초안을 마련했고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 상반기에 최종 인증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본사업은 2019년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다.

국내 의료기관들의 EMR 보급률은 2017년 기준으로 92%에 달하지만 정보호환 비율은 8~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EMR의 정보호환 비율이 낮으면 병원 간 정보교류, 국가 차원의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

한국보다 뒤늦게 EMR 보급에 나선 미국은 일찌감치 표준화된 인증기준을 마련했다. 미국 의료기관들의 EMR 보급률은 2007년 14%에서 2017년엔 88%로 높아졌고, 정보호환이 가능한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복지부는 이런 이유로 EMR 인증제를 추진 중이지만 '현금성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밝힌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 의료정보업체들은 정부가 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인증제만 밀어붙인다는 불만이 많다.

의료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EMR 인증제가 확대되면 환자들이 중복진료를 피해 국가 차원의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며 "개발업체들의 역할에 일정한 보상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EMR 인증제에 필요한 기관별 비용이 얼마인지 산출할 계획"이라며 "그전까지 예산 지원은 어렵고 기술지원 만으로도 중소업체들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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