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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낡은' 방식으로 산업 '혁신'하겠다는 정부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18-05-03 16:22 송고 | 2018-05-03 16:50 최종수정
주성호 산업1부 기자 © News1

"중소기업의 92%가 '산업혁신운동'에 높은 만족감을 보였어요. 그런데 이제 정치프레임에 휩싸였으니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텐데 유망 기업에 대한 지원도 원활해질 수 있을까요?"

경제계 안팎에서 '산업혁신운동'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재계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이름을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산업(産業)'을 혁신하자는 좋은 운동일텐데 왜 논란을 낳고 있을까.

이유는 혁신에 필요한 재원 때문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대기업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8월부터 시작하는 2단계 산업혁신운동을 위한 출연금 조달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2013년부터 5년간 2200여억원을 출연했는데 올해부터는 더 늘려달라는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기업 '팔비틀기'로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해 생색을 내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부정적 여론에 깜짝 놀란 산업부는 지난 2일에서야 "산업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간 공동본부장 체제를 대한상의 중심으로 일원화하겠다"고 개선책을 내놨다. 정부가 발을 빼고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포장한 셈이다.

그러나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과 산업경쟁력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서 정부의 입김이 완벽히 배제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업부가 내놓은 개선책 중에서 '출연금 조성 방식' 부분은 보는 이들을 더욱 뜨악하게 만든다. 기금 운영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는 재단법인이 담당하면서도 출연금 조성 역할을 경제단체인 대한상의에 맡긴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대기업을 강요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걷었다는 비난을 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모습과 닮았다. 현 정부는 당시 이같은 행위를 '적폐'라고 규정했다.

놀랍게도 개선책을 담았다는 현 정부의 발표자료에 과거 정부의 '적폐'가 그대로 녹아든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산업혁신운동은 과거 전경련이 법적 근거없이 대기업에게 출연받아 불법적으로 운용한 사안과 다르다고 선을 긋기까지 했다.

경제계의 불만과 성난 여론을 잠재려우는 '해명'이 화를 키우고 말았다. 수시간이 지난 후 산업부는 대한상의의 출연금 조성 관련 내용을 빼고 "기금은 상생법에 따라 기업의 자율적 출연으로 조성한다"고 수정된 자료를 배포했다.

산업혁신운동은 '창조경제'처럼 이전 정부에서 시작됐다는 이유로 무작정 폐기되지 않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통틀어 경제계 전반의 호평을 받은 좋은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기존보다 사업을 확대한다는 현 정부의 방식은 과거 정부의 '낡은' 것과 다름없는 모양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대표모델로 자리잡은 산업혁신운동의 명맥을 끊어선 안 될 것이다. 과거 실패를 거울삼아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업 운영으로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sho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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