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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 or 타자 누굴 위해?…LG '사인 훔치기'의 핵심 쟁점은

LG "도루를 위해서"…타자에게 전달됐다면 규정 위반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18-04-19 11:44 송고
18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경기 4회 초 LG공격 2사 1루 상황에서 1루 주자였던 LG의 오지환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2018.4.18/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18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경기 4회 초 LG공격 2사 1루 상황에서 1루 주자였던 LG의 오지환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2018.4.18/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LG 트윈스가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다.

시험 중 대놓고 커닝을 한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프로야구 경기 중 펼쳐졌다. 지난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LG는 덕아웃 안쪽 복도에 상대 배터리의 사인이 적힌 A4 용지를 붙여놓고 경기를 치렀다. 해당 종이가 사진으로 찍혀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종이에는 포수의 사인에 따른 투구의 코스와 구종이 자세히 인쇄돼 있다. 몸쪽과 바깥쪽,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또는 포크볼 등 세세한 분류다.

LG는 곧장 "전력분석팀에서 정보 전달을 하는 내용 속에 주자의 도루 시 도움이 되기 위해 관련 내용이 있었던건데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며 "향후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일단 LG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경기 중 상대의 구종별 사인을 버젓이 벽에 붙여놓고 경기를 진행했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해당 상황에 대한 경위서를 전달받은 뒤 LG의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KBO의 판단에 따라 제재가 내려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누구를 위한 '커닝 페이퍼'였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만약 LG의 주장대로 주자들의 도루를 위해서라면 제재가 어렵다. 그러나 타자들의 타격을 위한 것이었다면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KBO 리그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행위 금지 조항에는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어떤 식으로든 '타자'에게 투수의 구종을 전달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엔 규정에 적시된 '벤치 내부'에서 구종을 전달하는 행위가 발생했다. 만약 이 행위가 타자를 위한 것이었다면 규정 위반이 된다.

18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경기 3회 초 LG의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LG의 유강남이 1루에서 KIA의 김주찬에게 병살타를 당하고 있다.2018.4.18/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18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경기 3회 초 LG의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LG의 유강남이 1루에서 KIA의 김주찬에게 병살타를 당하고 있다.2018.4.18/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문제는 LG가 '주자들의 도루를 위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데 있다. 도루는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때 시도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도루를 위한 사인 파악이었다고 해도 떳떳한 행위는 아니지만, 규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LG 구단의 주장에 따르면 LG 선수들은 KIA의 사인을 숙지하고 타석에 들어가 출루 시 해당 사인을 떠올려 주루 플레이를 펼친다. 이는 규정에서 금지한 사항이 아니다.

LG에 대한 제재는 KBO에서 결정할 문제다. KBO가 LG의 주장대로 주자들을 위한 정보 공유였다고 판단할 경우 제재를 내리기 어렵다. 반면, KBO가 LG의 주장을 뒤엎고 타자들을 위한 페이퍼였다고 판단할 경우 제재 가능성이 높다.

사인 훔치기는 매 시즌 등장하는 프로야구의 단골 논란거리다. 경기 중 선수들끼리 직접 충돌하는 경우도 있고, 벤치가 개입해 '빈볼' 지시가 떨어지기도 한다.

사인 훔치기의 다른 말은 전력분석이다. 각 구단은 전력분석팀을 통해 상대의 세세한 부분까지 캐치해낸다. 투수들의 사인도 그 중 하나다. 논란이 된 LG의 이번 커닝 페이퍼도 전력분석의 일환이었지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 제재 여부를 떠나 LG는 한동안 상대의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경기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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