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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뉴욕으로 간 까닭은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8-04-15 20:36 송고 | 2018-04-15 21:09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12년에 싱가포르에서 기업을 공개(IPO)하려다가 뉴욕으로 방향을 틀었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가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차등의결권제도(이하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서다. 한 회사의 주주를 ‘A주식을 가진 주주는 주당 한 표, B주식을 가진 주주는 주당 열 표’ 하는 식으로 의결권 수에서 차별할 수 있는 제도다. 스냅챗은 작년에 아예 무의결권주식만으로 IPO를 했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는 올 해 안에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홍콩증권거래소와의 경쟁에서 앞서가 보겠다는 포석이다. 그러자 홍콩도 상반기에 상장규정을 개정해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홍콩은 2014년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상장규정 때문에 거의 30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알리바바 IPO를 뉴욕에 뺏긴 일이 있다. 싱가포르가 맨유 IPO를 뉴욕에 뺏긴 것과 같다. 홍콩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올해로 예정된 샤오미 IPO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워렌버핏의 버크셔, 포드자동차, 페이스북, 구글 등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스웨덴의 발렌베리그룹도 이 제도를 활용해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했고 스위스 상장사의 20%가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제도가 논의된 것은 오래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전은 없다가 지난 2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에서 혁신기업 IPO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법무부와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후로 다시 관심의 대상이다.

미국기업들은 IPO 때부터 복수의결권주식을 경영권방어 장치로 활용한다. IPO에서는 경영권 안정 장치가 잘 갖추어지지 않으면 회사 종업원들이 IPO 후에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하는 데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에 IPO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015년에는 IPO 기업의 14%가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했다.

우리 상법이 채택하고 있는 1주 1의결권 원칙 때문에 지배주주들은 가능한 한 많은 직접 지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여기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지분은 희석되고 2세, 3세로 승계될수록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의 규모는 줄어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을 상속받으면 65정도가 상속세로 나가고 35가 남는다. 그래서 일부 2세, 3세는 지분의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감몰아주기나 통행세 징수 같은 방법을 동원한다.

이런 행동들은 그 자체 위법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우리나라가 선택한 자본주의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매우 위험하다.

차등의결권제도를 일반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면 주식의 보유기간에 연계해서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5년 이상 계속해서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3표’와 같은 식이다. 이는 재벌그룹들의 지배주주뿐 아니라 모든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주식 양도나 상속으로 경영권 이동이 발생하는 경우 이동 대상 주식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의결권 측면에서 지배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향유할 방법도 없다

다만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지배주주들은 계열사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고 계열사 지분은 대개 장기투자 지분이어서 이 제도는 소유와 지배간의 지나치게 큰 괴리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데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장기투자자를 우대하는 여러 움직임이 있다. 로레알을 포함한 몇몇 프랑스 회사들은 장기투자자에게 배당을 더 주거나 주식배당을 한다. 영국에서는 이사 선임에서 회사가 장기투자자와 협의할 것을 권고하는 정부위원회의 의견이 나와 있다. 미국 정부도 3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를 우대하는 것을 검토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움직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투자자보호에 우수한 제도로 여겨지는 1주1의결권 원칙도 시장간 경쟁의 한 가운데서는 재고될 수 있는 것이다. 제도도 투자자를 보호하지만 대형 IPO로 유동성이 증가하고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도투자자의 이익에 부합한다. 잘 비교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사실 이 제도는 법무부가 한때 마련한 바 있는 상법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회사설립 시의 정관 또는 총주주의 동의에 따라 변경된 정관에 의해 회사가 의결권이 복수인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고 했었다. ‘의결권의 수는 1주당 3개를 초과할 수 없으며 상장회사는 상장 이전에 발행한 복수의결권주식 이외에 새로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없다’. 다시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는 경우 동 개정안을 그대로 활용하면 된다.

세계 각국이 법률과 제도를 가지고 경쟁을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다. IPO 사례들에서 보듯이 이 경쟁에는 큰 돈이 걸려있다. 돈은 사람이나 물건과는 달리 국경 감각이 희박하고 실시간으로 이동한다. 우리가 보전하고자 하는 고유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도 이 경쟁에 열심히 참여해야 한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erk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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