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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3년 만에 스스로 인정한 '세금도둑'

2기 특조위 황전원 위원이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은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8-04-04 06:30 송고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회의 종료 후 퇴장하려는 황전원 위원에게 위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3.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회의 종료 후 퇴장하려는 황전원 위원에게 위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3.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기 특조위 때 조사 다 했으면 벌써 정리가 잘 됐을 텐데 지금 다시 2기 특조위에 세금 쏟아붓게 된 것 아닙니까? 황전원 위원이야말로 세금도둑 아닙니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성역 없이 조사를 해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황전원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 상임위원은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질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과거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실토하는 말이었다. 3일 오후 2기 특조위의 전원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황 위원은 사무실 바닥에 앉아 항의하던 가족들과 마주했다. 

3년 전인 2015년 1월 4.16세월호참사 특조사위원회의(1기 특조위)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세금도둑' 논란이 일었다. 2015년 1월16일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대표(현 자유한국당 의원)는 "저는 이 조직을 구상한 분은 아마 공직자가 아니라 세금도둑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세금도둑적 작태에 대해서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며 1기 특조위를 공격했다.

김재원 의원의 말에 각본을 짠 것처럼 호흡을 맞춘 것이 당시 세월호참사 특조위의 비상임위원이었던 황 위원이었다. 그는 김 의원의 발언 이틀 뒤에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정부에 요구한 예산액이 241억원이라고 한다. 세월호 특위 위원조차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금액으로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세금 도둑 논란이 일고 특조위의 직제와 예산을 두고 여권에서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결국 1기 특조위의 활동 개시는 미뤄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후에 1기 특조위가 조사기간 논란으로 강제로 해산될 때 조사를 채 다 마치지 못한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황 위원은 김 의원과의 사전 의사 교류는 없었으며 단순히 "행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니 그렇게 됐다"고 밝혔지만 "저로 인해 예산이 늦게 들어온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1기 특조위의 활동 축소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황 위원의 이런 고백도 유가족들에게는 진심 어린 사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조위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보고 스스로 검토 없이 특조위의 예산이 과도하게 많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했다'는 황 위원의 말을 믿을 수 없고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황 위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와 해수부로부터 특조위 활동 방해 계획이 담긴 문건을 전달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특조위의 조사활동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으며 가족들은 이에 대한 설명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가족들은 황 위원에게 다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뒤 가족들을 다시만나 사과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만약 진심 어린 반성이 없는 경우 황 위원에 대한 거부와 사퇴요구를 지속할 방침이다. 황 위원이 피해자 지원업무를 담당한 만큼 피해 가족들과 마찰이 계속될 경우 특조위 활동자체에 자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황 위원이 할일은 또다시 '세금도둑'이 되는 길을 피하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상임위원 자리에서 즉각 사퇴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2기 특조위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는 만큼, 최선은 진정어린 사과로 가족들로부터 용서를 받는 일이다. 가족들도 '2기 특조위 활동을 위해 진심 어린 사죄가 있다면 이를 받아드릴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집회' 당시, 청와대로 행하는 시위대의 맨 앞에는 세월호참사의 유가족들이 서곤했다. 그리고 집회 참가자들은 참사의 진상 규명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가족들을 등 뒤에서 응원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진상을 밝힐 단서들은 희미해져 간다. 황 위원은 세금뿐 아니라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도 낭비되지 않도록 몇번이고 가족들을 만나 설득해야 한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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