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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들맨 심고 해외경영 집중한다는 박현주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8-03-27 15:42 송고 | 2018-03-27 18:16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가 최근 큰 변곡점을 맞았다.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 홍콩 회장에 취임하면서 국내 경영에서 손을 뗐다. 증권과 자산운용, 생명보험, 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모두 사외이사가 맡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6일 박 회장이 홍콩법인 비상근 회장에 취임했다고 밝혔다. 홍콩법인 회장직은 신설된 자리다. 박 회장이 국내 경영에서 해외 사업에 전념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글로벌 투자에 박차를 가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50% 성장한 연결 세전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실질적 지주사인 미래에셋캐피탈 이사회 의장으로 정석구 전 한겨레 편집인을, 미래에셋생명 이사회 의장엔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대표를 각각 내정했다. 전·현직 언론인 두 사람은 이달 말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한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생명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 자리를 모두 사외이사가 맡게 됐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선임하게 돼 있지만, 강제조항은 아니다. 금융투자회사들 대부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미래에셋운용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2월부터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변화가 연결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박 회장은 2016년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2년 후 해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회장 자신이 해외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국내 주요 계열사 안팎에는 '믿을맨'을 심었다는 얘기다.
김 전 위원장은 박 회장이 자서전에서 "미래에셋증권 설립 당시 많은 조언·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할 정도로 오랜 친분이 있다. 황 전 협회장은 대우증권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대우맨이다. 이번에 새로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된 정석구 전 한겨레 편집인은 박 회장의 광주일고 1년 후배다. 김경한 내정자는 2014년부터 미래에셋생명 사외이사로 일했다.

박 회장의 믿을맨들은 동시에 미들맨(middleman·중개자)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각 계열사 경영을 점검하려는 박 회장의 또 다른 눈과 귀가 될 때다. 새 이사회 의장 2명은 모두 언론인 출신이다. 객관적·비판적 시각으로 기업 경영의 미비점을 찾아내는 데 적임자다. 금융당국과 투자자 등 기업 밖의 이해 관계자와 내부를 연결하는 것도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미국 언론인 마리나 크라코프스키는 저서 '미들맨의 시대'에서 인터넷 시대에 미들맨이 살아남는 요소로 '신뢰'를 꼽았다.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줄 때 미들맨의 효용 가치는 사라진다. 인터넷 직거래로 중고 아이패드를 주문했는데 벽돌이 오는 시대다. 박 회장에게 믿을 만한 미들맨이 필요한 이유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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